이미지 크게보기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는 서울과 제주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을 재료로 만든다. 이 섬유로 제작한 옷, 가방, 마스크 등은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효성티앤씨 제공

ESG경영·가치소비 바람에
매출 6년새 15배나 더 늘자
섬유업체 등 투자 확대 나서

시멘트업체, 폐기물 재활용
유연탄 대신 폐비닐 연료로
탄소중립·매출증가 ‘두 토끼’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음식 수요가 증가하며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폐플라스틱 가격은 최대 70% 넘게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가치소비’와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바람 속에 의류·시멘트업계 등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을 주도하면서 자연스레 자원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7일 환경부의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압축 페트(PET) 전국 평균판매가격은 지난해 1월 ㎏당 211.5원에서 올해 2월 360.4원으로 70.4% 올랐다. 배달 용기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압축 폴리프로필렌(PP)은 같은 기간 241.4원에서 415.4원으로 72.08% 상승했다. 폴리에틸렌(PE)과 PP 등을 세척해 잘게 부순 형태의 재생 플레이크 가격도 모두 30% 이상 올랐다.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가 최근 친환경에 의미를 두며 리사이클 섬유업체가 폐플라스틱 소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효성티앤씨는 서울, 제주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내 폐페트병을 수거한 뒤 이를 친환경 섬유로 재생산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효성티앤씨의 협력사가 만든 보랭 가방에는 페트병 3.3개분의 친환경 섬유가 들어간다. 효성티앤씨 제공

플리츠마마, 노스페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커버낫, 데이즈데이즈 등 패션 브랜드가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로 옷과 가방, 마스크 등을 만들고 있는데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 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지난해 친환경 섬유 매출이 2015년 대비 15배가량 증가했다”며 “향후 더 많은 기업 및 지방자치단체와 프로젝트를 추진해 친환경 섬유에 대한 인식 제고는 물론 자원 선순환 시스템 구축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디케이케미칼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사는 블랙야크, 태광산업·대한화섬의 리사이클 섬유는 자라, 망고, H&M, 갭 등 글로벌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에서 사용되고 있다.

시멘트업체들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줄줄이 폐플라스틱 활용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자원순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업종의 폐기물 재활용량은 총 807만9000t이다. 2018년 기준 시멘트 소성로에서 사용된 순환자원이 전체 연료의 23%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폐기물 재활용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삼표시멘트는 오는 2025년까지 환경 개선을 위해 순환자원 처리시설에 약 5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순환자원 처리시설은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순환자원을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순환자원 처리시설이 확충되면 현재 100% 수입에 의존하는 유연탄 사용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ESG 경영체계 강화를 위해 친환경·고부가가치 사업 개발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아세아시멘트도 지난해 자원 재활용 설비 투자에 60억 원을 증액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