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남 남해군 방문의 해를 맞아 장충남 군수와 민관협력추진위 위원들이 이순신 순국공원에서 ‘남해 마중’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남해군청 제공

해저터널 건설사업 가시화
관광객 유치·인구유입 돌파구

보물섬 멸치축제 등 행사 펼쳐
보리암·죽방렴 관광지도 정비

남해대교, 남해안 랜드마크化
스릴 체험 관광명소 건립추진

남해 = 박영수 기자

경남 서·남부 끝자락에 위치한 소멸위기 지방자치단체인 남해군이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바다를 두고 마주한 관광·공업도시인 전남 여수시를 잇는 해저터널이 가시화하면서 서·남해 관광객 유치는 물론 인구 유입의 돌파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여세를 몰아 ‘남해군 방문의 해’인 올해, 생태관광 휴양도시의 면모를 전 국민에게 보여줄 계획이다.

남해군은 민선 7기 들어 적극적으로 추진한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사업이 지난해 8월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에 반영된 데 이어 20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담겨 조기 건설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남해군 서면과 여수시 신덕동을 잇는 해저터널은 총연장 7.3㎞(터널 5.93㎞·접속도로 1.37㎞)다. 사업비는 6800여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남해와 여수는 직선거리가 6㎞에 불과하지만, 두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가 없어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을 경유해 1시간 30분을 돌아가야 하는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두 지역을 잇는 교통인프라 구축사업은 영·호남을 잇는 남해안 관광벨트 사업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경제성 부족으로 수차례 고배를 마셨다.

이미지 크게보기 남해대교 관광자원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브리지 클라이밍 조감도.

남해∼여수 해저터널은 남해군이 성장동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남해군 인구는 1964년 13만 명이었으나, 대도시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출해 지난해 말에는 4만2000명까지 줄었다. 지역사회는 65세 이상이 39%를 차지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해저터널은 소멸 위기의 돌파구가 된 셈이다.

남해∼여수 해저터널은 영·호남 통합 실현 의미도 크다. 인천에서 서해안을 지나 전남 목포·순천을 거쳐 부산으로 연결되는 국도 77호선의 유일한 단절구간이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은 해저터널이 개통하면 남해안 관광지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도시 간 접근성이 1시간 30분에서 30분으로 단축돼 남해군민은 여수에 있는 공항, KTX역 등 교통·문화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여수 등을 찾는 한 해 4000만 명의 전남 동부권 관광객은 해저터널로 남해 등 경남지역 관광지를 쉽게 둘러볼 수 있게 된다. 희망에 부푼 남해군은 올해 ‘남해군 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관광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펼쳐질 주요 프로그램은 퓨전야외음악회, 보물섬 남해 커피축제, 창선 고사리 삼합축제, 보물섬 멸치축제, 이순신 순국공원 열차·수군체험, 남해대교 다리걷기, 독일마을 맥주축제, 상주 은모래비치 섬머 페스티벌, 김만중 문학축전, 설천 참굴축제, 이충무공 승첩기념궁도대회, 별밤포차 등이다. 주요 관광지인 보리암, 남해대교, 다랭이마을, 독일마을, 지족해협 죽방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지, 창선·삼천포대교 등도 조용히 둘러볼 수 있도록 정비를 마쳤다. 남해군은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지난해에도 450만 명이 찾은 만큼 방문의 해인 올해는 6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해군은 한때 ‘동양 최대 현수교’로 소개됐으나, 노량대교가 2018년 개통하면서 역할을 다해가는 남해대교를 호주 시드니의 하버브리지와 같은 남해안의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군은 남해대교에 총 160억 원을 투입해 이순신 장군이 순국한 노량해협을 감상하면서 와이어로 만든 길을 걷고 주탑(148.6m)을 오르는 클라이밍 프로그램 등 스릴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변신시킬 계획이다.

장충남 군수는 “남해∼여수 해저터널은 소멸을 걱정하는 남단의 작은 섬이 아니라 인구 10만의 지속한 생태·해양관광도시로 발전해갈 기반이 될 것”이라며 “남해군을 순천·여수, 사천·진주를 잇는 영·호남의 허브이자 남해안 관광의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