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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 사태’ 갈등속 양국 행보
“위기해소 유일한 방법은 외교”
美 국무, 러에 대면회담 제안

러, 美요청에 아직 답 안줬지만
‘안전보장 협상’ 재답변서 전달

이미지 크게보기우크라 침공 준비의 증거들 미국의 위성전문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지난 16일 공개한 사진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으로부터 6㎞도 채 떨어지지 않은 벨라루스의 프리피야트강 위에 러시아군이 설치한 부교가 포착됐다. 아래 사진은 우크라이나에서 50㎞ 거리의 벨라루스 브레스츠키 훈련장에 줄지어 도열해 있는 러시아 자주포들. BBC 제공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연일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협상 여지도 열어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군대를 증파한 명분이 된 벨라루스와의 연합훈련이 20일 막을 내리는 만큼, 이번 주말에 고비를 넘기면 협상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도 나온다. 다만, 양국의 기본 입장 차가 워낙 커서 협상 전망은 그다지 밝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은 미·러 간 깊은 불신”이라고 진단하면서 “향후 러시아는 위장 전술(False flag) 외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남미에서의 군사기지 운용 등 가지고 있는 카드들을 내보이며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할 유일한 방법은 외교”라면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다음 주 유럽에서 대면 회담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위기 해결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심각한 입장 차 속에서 설전을 벌이긴 했지만, 미국이 일단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는 셈이다.

이에 러시아는 아직 미국 요청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러시아는 이날 안전보장 협상 관련 답변서를 미국에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15일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안전보장 조약안을 전달한 데 대해 미국과 나토가 지난달 26일 답변을 보냈고, 이에 대한 재답변서를 이날 보낸 것이다. 러시아는 재답변서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공급이 중단돼야 하며 이미 전달된 무기는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재답변서를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가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협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미국·서방과 러시아 간 ‘깊은 불신’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서동주 유라시아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양측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황”이라면서 “러시아가 ICBM 시험발사나 남미에서의 군사기지 운용 등 미국 등 서방을 위협하는 추가 조치를 또 내놓으면서 협상을 위한 다양한 카드를 준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