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도, 침묵도 모두 뮤직”… 난해한 ‘우연성 음악’을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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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클래식
- 美 작곡가 존 케이지

피아노 현에 못·나사 등 장착
‘마찰이 내는 소음’실험적 연구

연주 안하고 객석 소리 들려줘
20세기 문화예술계에 큰 파장

“이런 것도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대음악의 화두는 ‘새로움’이다. 그렇기에 종종 낯설고 난해하기만 한 현대음악 작품들에는 이런 비난 섞인 조롱이 뒤따르기도 한다. 소음과 침묵마저도 음악의 재료로 확장한 ‘우연성 음악’의 창시자 존 케이지(1912~1992)다.

케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명가인 아버지와 저널리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긴 했지만 음악에 대한 특별한 재능이나 열정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인문학을 더 좋아했던 그는 16살이 되던 1928년, 클레어몬트의 포모나대에 신학 전공으로 입학한다.

하지만 획일적인 교육은 그에겐 무의미했기에 케이지는 대학을 중퇴하고 유럽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유럽의 건축물에 흥미를 느낀 그는 1930년 프랑스 파리에서 건축가 에르노 골드핑거로부터 건축을 공부했고, 그 외에도 음악이나 그림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공부하게 된다. 약 1년 반의 유학을 마친 케이지는 1931년 미국으로 귀국해 유럽에서 배우고 경험한 예술에 관한 소규모 강의를 시작한다.

21살이 되던 1933년, 그는 체계적인 음악 수업을 위해 현대음악의 거장인 아널드 쇤베르크를 찾았고 케이지의 열정에 매료된 쇤베르크는 그에게 무료로 작곡 레슨을 해줬다. 2년간 거장을 사사한 케이지는 1934년부터 3년간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음악 공부를 이어나갔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실험적인 음악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는 음악에 활용할 새로운 소리들을 얻어내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 결과 그는 프리페어드 피아노(장치된 피아노)로 연주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프리페어드 피아노란 피아노의 현에 못, 나사, 볼트, 나무토막, 고무 등의 여러 가지 도구를 장착하는 것이다.

케이지는 일상에서 발생되는 소음들 또한 음악의 재료 또는 음악 그 자체라고 생각했고, 점점 소음에 천착했다. 1950년 그는 소음의 반대 개념인 적막을 경험하기 위해 소음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하버드대의 무향실(無響室)을 방문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유리섬유 쐐기로 둘러싸인 방 안에서 그는 소리를 듣게 된다. 피가 순환하며 내는 낮은 톤의 음들과 몸 안의 신경체계들이 빚어내는 하이 톤의 소리를 듣게 됐고, 결국 어느 곳에도 ‘완벽한 무음’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깨달음을 음악으로 남긴 작품이 1952년 완성된 그 유명한 ‘4분 33초’다. 연주자가 피아노 뚜껑을 열고 4분 33초간 악보만을 응시하다 다시 피아노 뚜껑을 닫으며 연주가 마무리된다. 침묵으로 일관되는 연주 동안 팸플릿 뒤적이는 소리, 기침 소리 등 관중이 빚어내는 잡다한 소음이 음악이 되는 것이고 관중은 그 소음, 음악을 듣는 것이다. 이는 작품에 환경의 영향에 따른 불확정성이 더해지는, 우연이 만들어내는 음악이란 ‘우연성 음악’ 장르의 시초가 됐다. 그는 이외에도 음렬주의나 전자음악으로 가곡, 협주곡, 오페라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20세기 전반에 걸쳐 퍼포먼스 아트와 모든 문화계에 큰 영향을 줬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4분 33초

존 케이지의 대표작으로 음악사상 가장 전위적인 작품이며 음악계는 물론 20세기 모든 문화예술계에 큰 파장과 영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총 3악장으로 1악장은 33초, 2악장은 2분 40초, 3악장은 1분 20초로 짜여 있으며 총 연주 길이가 4분 33초다. 악장마다 ‘Tacet(침묵)’이란 지시어가 채워져 있어 연주자는 일절 연주를 하지 않고 오직 무대와 객석에서 발생하는 소음들로만 음악이 구성된다. 악장을 구분하는 방법은, 피아노로 연주하는 경우 연주자가 피아노 뚜껑을 열고 닫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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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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