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 회의실에서 업체 대표와 서울경제인협회 관계자가 재택근무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서울경제인협회 제공

서울경제인협회, 솔루션 지원한 63곳 설문조사

68% “제품경쟁력 강화 도움”
직원들 만족도 상당히 높아

관련 지원 아직 걸음마 단계
중기부,비대면 구축에 410억

서울 금천구에서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홍모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서울경제인협회의 지원을 받아 회사 설립 후 처음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여전히 인력과 자금 여력이 부족해 대기업처럼 전 직원의 일괄 재택근무는 불가능하지만 순환근무를 하는 것만으로도 업무 효율성과 직원 만족도가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홍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직원 복지 증진, 청년 인력 유인책 등의 차원에서도 재택근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더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재택근무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현실적 문제로 출근만을 고집해오던 중소기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재택근무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매김하며 중소기업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4일 서울경제인협회가 ‘서울형 중소기업 재택근무 지원 시범사업’ 수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7.5%는 ‘재택근무 솔루션 활용 이후 업무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또 68.7%는 이번 재택근무를 통해 제품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경제인협회는 1년짜리 시범 사업으로 서울시 소재 63개 중소기업에 그룹웨어, 고객관리, 화상회의, 네트워크 보안, 컨설팅 등 재택근무 관련 지원을 해오고 있는데 아직 걸음마 단계임에도 중소기업들의 재택근무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환용 서울경제인협회장은 “재택근무 솔루션을 지속 확대한다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약 9만5000명(전체 취업자 대비 0.3%)이던 재택근무자는 지난해 114만 명(4.2%)으로 12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기업의 99%, 근로자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재택근무에서 소외돼 왔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정보통신업·금융보험업 등을 영위하는 사업체들도 회사 규모가 작아 인프라 구축 같은 진입장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부처와 경제단체들도 지원 강화에 나섰다. 중기부는 올해 중소기업의 화상회의, 재택근무 등 비대면 업무시스템 구축 지원을 위해 4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중앙회 등도 중소기업 재택근무 확산을 위한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재택근무 인프라 구축에는 많은 금액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통해 부담을 줄여 줄 필요가 있다”며 “젊은층은 직장 선택 시 재택근무 여부를 중요하게 따지는데 중소기업계에 재택근무가 확산되면 이미지 개선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