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김형준의 Deep Read - 대선 ‘3강 구도’ 의 조건

李는 ‘30%대 박스권’ 갇히고 尹은 ‘크리스털’ 지지율… 악성 네거티브·포퓰리즘 공방 속 安 부상
대선 직전 표심 양극화로 제3후보가 승리한 적 없어… ‘더 좋은 정권교체’ 믿음 주느냐가 관건

이미지 크게보기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혼전을 벌이면서 오리무중 판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부상하면서 ‘양강’ 구도를 ‘2강 1중’ 구도로 바꿔놓았다.

안철수는 이미 ‘후보 단일화론’의 주연이다. 그의 도움을 받는 타 후보가 대선에서 압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는 ‘게임 체인저’다. 문제는 안철수가 타 후보 대선 승리의 ‘도구’가 되는 걸 넘어, 현 ‘2강 1중’ 구도를 ‘3강’ 구도로 바꾸느냐이다. 그건 안철수가 설 연휴를 거치면서 20% 지지율을 확보할지, 자신에 대한 ‘유동적’ 지지를 ‘고정적’ 지지로 바꿔낼 수 있을지에 달렸다.

◇최근 대선 후보 지지 특징

최근 여론 추이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재명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거나 약보합세를 보인다는 점. 한국갤럽 조사(1월 셋째 주)에서 이재명은 34%로 직전 대비 3%포인트 떨어졌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1월 셋째 주) 조사에서는 전주(36.7%)와 거의 비슷한 36.8%를 기록했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현상은 이재명에 대한 높은 비호감과 낮은 도덕성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더 큰 이유는 신뢰의 상실이다. 그는 주요 정책과 공약을 수시로 뒤집은 탓에 무엇이 진짜 입장인지 종잡을 수 없고 ‘믿을 수 없다’는 이미지가 구축됐다. 이재명은 정책 유연성과 실용주의를 강조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이라는 비판은 외연 확장을 가로막는 중대 요인이다.

둘째, 윤석열 지지율의 가변성.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은 2017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얻었던 24%에 근접하는 낮은 지지를 받았다가, 지난 5일 선거대책위원회 해체와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 등 ‘홀로서기’ 결정 이후 회복 국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언제든 깨지기 쉬운 ‘크리스털 지지율’의 속성을 갖는다.

근본 이유는 권력자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거부했던 ‘윤석열다움’이 사라지고, 가족 리스크로 상징자본인 ‘공정과 상식’의 가치가 크게 훼손된 데 있다. 집권 후 거대 야당을 상대로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고,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집권 비전과 정책 또한 보이질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권교체 지수가 정권유지 지수보다 월등히 높은데도 윤석열은 이를 담아내지 못했다.

◇안철수의 부상

여론 추이의 세 번째 특징은 안철수 지지율이 두 자릿수에 정착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1월 둘째 주에 이어 셋째 주에도 17%를 찍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4∼16일 조사 대비 3배 이상으로 상승했고, 보수층과 중도층에서 크게 약진했다.

안철수의 부상은 도덕성, 가족 리스크 부재, 미래 비전, 전문성 등에 대한 국민의 재평가와 호감도 제고와 관련이 있다. 악성 포퓰리즘과 네거티브 공방에 매몰된 여야 유력 후보들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도 작용했다. 윤석열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많은 여론조사에서 윤·안 두 후보 지지율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에 이런 분석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제 최대관심은 설 명절을 전후해 ‘3자 정립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지다. 여기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지지율을 20%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안철수가 최근 2030에서 약진하는 것처럼 수도권 지지율이 제고된다면 상황은 변할 수도 있다고 관측된다.

둘째, 이·윤 두 후보의 도덕성 리스크가 커지면서 안철수가 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양대 후보 진영 간의 폭로전에 이어지면서 유권자의 정치 혐오가 늘어나고 있다. YTN 리얼미터가 2030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1월 3∼4일)에 따르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로 윤석열(48.8%)이 가장 높았고, 이어 이재명(36.2%)-안철수(2.8%) 순이었다. 이런 기류가 기성세대로 확산하면 대선은 예측불허가 될 수 있다.

셋째, 안철수의 당선이 윤석열의 당선보다 ‘더 좋은 정권교체’라는 믿음이 퍼져야 한다. 여러 ‘야권 단일후보 적합성’ 조사에서 안철수가 윤석열을 앞서는 것은 긍정적인 사인이다.

◇험난한 ‘3강’의 길

그렇지만 3강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무엇보다 역대 대선에서 제3 후보가 승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3대 대선(1987년)의 김대중(27.0%), 14대(1992년)의 정주영(16.3%), 15대(1997년)의 이인제(19.2%), 17대(2007년)의 이회창(15.1%), 19대( 2017년)의 안철수(21.4%) 등 한국 대선역사 속의 제3 후보는 모두 패배했다. 그만큼 한국 정치에서 기득권 양당 체제는 견고하다.

안철수에 대한 지지의 강도가 약한 것도 한계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과 윤석열의 지지층보다 안철수의 지지층에서 ‘계속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훨씬 낮았다. 안철수 핵심 지지층이 상황과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2030·중도·무당층이어서, 상대적으로 강한 ‘유동성’을 갖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외연을 확대하려면 이재명 핵심 지지층인 4050과 윤석열 절대 지지층인 6070을 뒤흔들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 안철수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 양당 정치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갖는 유권자의 가슴에 불을 댕기는 일일 것이다. 유권자가 간절히 원하는 정치혁신 공약을 제시해 기존의 낡은 정치 패러다임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것을 구상해볼 수 있다.

◇선거에서의 ‘능력과 진실성’

투표에서 선택을 결정하는 3대 요인은 정당과 정책 그리고 후보자의 특성이다. 이 중 후보자의 특성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후보자의 특성은 이미지로 개념화된다.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고리 마커스는 요인분석을 통해 후보자의 이미지 특성을 ‘능력(competence)’과 ‘진실성(integrity)’ 두 개의 차원으로 집약시켰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능력은 있지만 진실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를 찍을지, ‘진실성은 있지만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찍을지, (만약 존재한다면) ‘능력도 있고 진실성도 있는’ 후보를 찍을지 하는 선택이다.

명지대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최근 대선 후보 지지 특징 : 이재명은 30%대 박스권에 갇히고 윤석열은 상승 - 하강 - 재상승을 거치면서 깨지기 쉬운 ‘크리스털 지지율’ 속성을 보임. 이 와중에 안철수가 부상하면서 ‘양강’ 구도를 ‘2강 1중’ 구도로 바꿈.

안철수의 부상 : 안철수 지지율은 두 자릿수에 정착. 최대관심은 설 명절을 전후해 ‘3자 정립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지임. 이는 설을 거치면서 지지율 20%를 확보할지, 중도의 유동성을 고정화할 수 있을지에 달림.

험난한 ‘3강’의 길 : 표의 양극화 심리 때문에 한국의 대선에서 제3 후보가 이긴 일은 없었음. 대선 후보자에 가장 중요한 특성은 ‘능력과 진실성’인 만큼 유권자에게 이를 어필할 수 있어야 승리를 기대할 수 있음.

■ 용어 설명

‘후보 단일화’는 한국 대선에서 선거 승리를 위한 단골 메뉴로 제기돼 옴. 다자대결 구도에서 연정 구성을 조건으로 협상을 벌이게 되는데, 선거 후 실질적 연대로 이어진 건 DJP 단일화가 유일함.

미국 대선에서 ‘후보자의 특성’을 처음 개념화한 도널드 킨더는 ‘리더십·능력·진실성·공감력’을 제시함. 이에 대해 그레고리 마커스는 ‘능력과 진실성’ 두 가지 특성으로 축소할 것을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