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특파원 모임 ‘한미클럽’
대선후보 대북외교 구상 소개

북한이 17일 새해 네 번째 미사일 도발로 한·미에 양보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여야 대선후보들은 북한 비핵화 방안 등과 관련해 극명하게 대비되는 외교·안보 정책을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북한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동시적 실행”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북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각각 강조했다. 종전선언을 놓고서도 이 후보는 “선언적이라도 정전보다는 종전 상태가 진전”이라고 했지만 윤 후보는 “현 단계에서 비핵화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이날 전·현직 워싱턴 특파원 모임 한미클럽이 발간하는 한미저널 9호 인터뷰에서 북핵 해법을 포함한 외교·안보 분야 구상을 소개했다. 이 후보는 북핵 해법과 관련, “일괄 타결하는 ‘빅딜’ 방식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며 “최선의 해법은 조건부 제재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뢰회복과 모멘텀 확보를 위해서 남북·북미 간 합의의 유지·실천이 중요하다”며 “평화가 경제발전으로, 경제협력이 평화를 공고히 하는 ‘한반도 평화경제체제’를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윤 후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것이 북한 비핵화 전략의 출발점”이라면서 “북한의 핵 포기 결심이 확실하게 설 때까지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북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이 비핵화 전략의 기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 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없으면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도, 경협도 불가능하다”며 “평화와 경제 선순환도 작동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모두 자체핵무장이나 전술핵배치, 핵공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유지하되 북한 도발에는 강력한 대응을,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북한 핵 보유 이유를 제거하기 위한 평화전략을 제시했다.

종전선언에 대해 이 후보는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가장 현실성이 있다”며 “비핵화와 연계돼 비핵화를 추동하고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종전선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고 핵 능력을 강화하는 현 단계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유엔사 지위와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중 갈등과 관련한 외교 전략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는 미·중 사이 국익 중심의 실용적 선택을 강조하며 “결정은 외부가 아니라 우리가 한다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윤 후보는 “한·미 동맹을 외교의 중심축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를 원칙에 따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