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게임체인저 경쟁, 갈길 먼 한국

국내기업들 시장진출 안간힘
“K택소노미 원전 제외도 문제”

원자력 관련 사업을 운영해온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10월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되면서 관련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탈원전 기조로 국내 원전 관련 사업이 모두 차단됨에 따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기업들과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은 SMR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과 장기적인 재원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과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은 SMR 분야 개척에 나서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SMR 선도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뉴스케일의 지분을 확보하고 미국 엑스에너지가 개발하고 있는 고온가스로 방식 SMR 설계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캐나다 정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캐나다에서 소듐냉각형 SMR 건설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해양 용융염원자로(MSR) 개발 및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 용융염원자로는 최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제로 에너지원으로 관심이 높은 SMR의 일종이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MSR 기반 부유식 원자력발전 플랜트 및 원자력 추진선박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MR 관련 산업이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정책 일관성이 가장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의 경우 정부 정책에 기업들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 안 되는 범위로 논의되는 거 같은데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라고 한탄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로 꼽힌다. 2016년 5조5000억 원이었던 원전공급산업체 매출은 2019년 3조9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산업 종사자 역시 같은 기간 3만7232명에서 3만5469명으로 2000여 명 감소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원전 산업 피해 복구와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탄소중립, 에너지, 전력 관련 정책에 원전 활용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우리나라가 원전 경쟁력은 기술공급, 인력공급 측면에서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서 글로벌 산업 급변 시기에 많이 뒤처져 있어 지금이라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민·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