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평화유지군 철수하라” 촉구
中도 ‘위구르에 불똥튈라’ 우려

대규모 ‘반정부 유혈 시위’가 휩쓸고 간 카자흐스탄에 러시아가 빠른 군사적 지원으로 영향력을 과시한 상황 속, 유라시아 대륙 정중앙에 자리 잡은 중앙아시아 3국인 ‘탄탄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의 향후 정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일주일간 이어진 대규모 민중시위 이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68)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11일 알리한 스마일로프(49) 부총리 겸 총리 권한대행을 총리로 지명하며 국정 수습에 나섰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민들이 일으킨 반정부 시위의 ‘칼끝’이 향해 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81) 전 대통령을 이례적으로 비난하며 ‘거리 두기’에 나섰다. ‘장기 독재 체제’ 붕괴 뒤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 속, 향후 카자흐스탄 정국이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건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3국의 러시아 의존현상이 강화될 거라는 전망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도움을 요청했고, 2500명에 달하는 러시아 공수부대가 파견되면서 지난 8일부터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CSTO는 벨라루스·아르메니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6개국으로 구성된 집단안전보장 조직으로, CSTO가 중앙아시아 옛 소련 국가의 긴급 사태에 군사적 개입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3개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며, 사실상 병합 수순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11일 러시아 정부를 향해 평화유지군의 조속한 철수를 촉구하고 나서며 본격 견제에 나섰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을 향해 “카자흐 정부가 요청한 대로 즉시 철군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 요청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CSTO를 이용해 카자흐스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걸 방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했다.

카자흐스탄 혼란이 장기화하거나 내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중국 역시 상황을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혼란으로 인해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통해 ‘탄탄탄’ 3국 등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넓혀온 영향력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가 현 상황을 활용해 카자흐스탄을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 가입시키는 것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다. EAEU는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맞서 결성한 경제공동체로, 카자흐스탄이 가입하게 되면 해당 국가를 경유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이 경우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중국으로 공급되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해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 생긴다.

중국은 카자흐스탄 생산 석유의 17%를 구매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의 카자흐스탄 군사 개입을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 중국은 1770㎞의 국경을 카자흐스탄과 접하고 있기에 분쟁 중인 신장(新疆)위구르 지역에 불똥이 튀는 것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오랜 앙숙 관계인 터키가 11일 화상으로 열린 튀르크어사용국기구(OTS) 회의에서 카자흐스탄 새 총리 부임을 축하하는 등 ‘탄탄탄’ 국가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터키는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아제르바이잔과 함께 OTS를 결성하며 중앙아시아 국가 포섭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으로 ‘탄탄탄’ 국가를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