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美의 관심끌기 의도
핵실험 아니면 정책변화 없어”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북한이 미국 국무부가 “북한과의 대화·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밝힌 지 겨우 4시간 만에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5일 발사하면서 미·북 관계에 암운이 더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인해 북핵 문제를 후순위로 밀어놓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실상 ‘전략적 인내’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도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계산된 도발로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이 아닌 이상 대북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과 동맹, 주둔병력의 안보를 증진할 진보를 이루기 위해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의 일환으로 계속 북한과의 관여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 프라이스 대변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중 감소 관련 질문에 “추측에 의견을 더하고 싶지 않다”면서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북한은 4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 10분쯤 내륙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아직 미 국무부·국방부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등 중대한 도발이 없다면 기존의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보복을 받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라며 “미국이 그런 발사를 중요하지 않다고 여길 때 북한은 사실상 한·미 간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은 불발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도 이날 한 세미나에서 “(문 정부는) 종전선언으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