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종신보험에 관심이 없던 지인이 최근 갑자기 연락을 해와 이것저것 물은 적이 있다. 그분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늘었다고 했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보험사고 발생의 객체가 되는 사람)가 사망할 때까지 전 생애를 보험기간으로 보장한다. 보험이 계속 유지된다면 개인에 따라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한 번은 반드시 보장받게 된다. 모든 이가 가입해야 하는 상품은 아닐지라도 어떤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보험일 수 있다. 지키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 만일의 사태가 발생한다고 해도 유가족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해주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품이 갖고 있는 본연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가입을 망설이는 이도 있다. 보험료 수준이 부담된다는 점, 사후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다는 인식,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납입한 원금보다 적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보험료를 얼마나 부담할지, 미래에는 보험금이 얼마만큼 필요한지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우선 보험료 부담 수준을 결정할 때는 납입기간이 완료될 때까지 보험료를 계속 납부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종신보험은 보험사가 미리 정해둔 시점 전에 해지할 경우 원금 전체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개인이 설정한 기간 동안 보장받는 대신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정기보험도 고려해볼 만하다.

유사시에 받게 되는 보험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로 설정돼야 충분한지는 현재 가족의 생활 수준과 유가족의 수, 연령 등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다만, 연소득 기준으로 연봉의 3배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의 유족연금도 배우자가 55세 전인 경우 소득에 관계없이 사망 후 3년간은 유족연금이 지급된다는 점을 고려해봄 직하다. 2020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소득은 연간 5924만 원이다. 유족연금에 준하는 보장을 받으려면 3년간 평균적으로 1인당 1억8000만 원 정도의 사망보험금이 필요하단 뜻이 된다. 종신보험은 본연의 역할 이외에 다양한 특약이나 기능이 있으니 꼼꼼히 따져보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겠다. 미국의 1929년 대공황 시기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종신보험 가입이 대다수 시민에게 부과되는 도덕적 의무라고 했다. 개인과 가정은 물론, 국가를 위기 상황에서 지켜내는 사회안전망으로서 종신보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최은아 삼성생명 기획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