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강동구청장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배달업 못지않게 인테리어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동안 거주하는 곳에 그쳤던 주택의 역할이 여가를 즐기며 우울감을 해소하는 장소로 확대되면서 공간 재정비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새롭게 디자인한 공간이 줄 만족감에 투자하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민선 7기 강동구의 구정 목표는 ‘더불어 행복한 강동’이다. 취임 후 주민이 행복함을 느끼는 행정을 펼치기 위해 노력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행복의 의미와 가치, 무게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든 주민을 만족시키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공간의 가치’다. 사람들은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 따라 행동과 감정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정작 공간에 대한 고민은 다른 현실적인 것들보다 후순위로 미루는 경향을 보여왔다. 주민들이 행복하게 머물 수 있는 공공시설을 확충해 공간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구정 목표에 부합한다고 확신했다. 강동구는 관(官) 주도의 일방적 추진으로 인해 가기 싫은 곳으로 전락한 다른 지역 사례를 거울삼아 공공시설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생각과 심리를 공간 배치에 반영하기 위해 애썼다.

공간 혁신을 통해 접한 현장의 변화는 놀라웠다. 낡은 어르신 사랑방을 어르신의 신체적 특성과 눈높이에 맞도록 개조했더니 입구 분위기부터 밝게 변했다. 학교 내 공용 공간을 학생·학부모에게 필요한 공간으로 바꾸는 ‘행복학교’ 사업도 교육 현장의 큰 호응 속에 순항 중이다. 책과 차를 매개로 소통하는 북카페도서관 ‘다독다독’과 영·유아와 부모가 함께 머물면서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복합 시설 ‘아이 맘 강동’도 이용자를 고려한 디자인과 공간 구성으로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하철 5호선 명일역세권과 성내동 도시재생 지역 상점가에 ‘빛거리’를 조성하자, 일대 상업 점포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어둡고 침침했던 구천면로 일대는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사업을 시작한 이래 꿈과 희망이 넘치는 문화의 거리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안타깝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간의 가치는 재조명받아야 한다. 공간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