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중단됐지만,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해 7월부터 코로나19 감염 긴급 경제대책의 하나로 국내여행비 보조사업인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캠페인을 진행해왔습니다. 1인당 1박에 2만 엔(약 20만6000원)까지 숙박비 절반을 지원하는 여행 수요 진작 캠페인이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여행을 부추겨 감염 확산을 불러일으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작년에만 자그마치 1조6794억 엔(17조3300여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소비 진작과 관광지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빈사 상태에 빠진 여행사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그런데 최근 일본의 대형 여행사 HIS의 자회사 2곳이 숙박비 지원금을 부정하게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본 사회가 떠들썩합니다. 여행사와 호텔이 서로 짜고 직원 등의 이름으로 호텔을 예약한 뒤 실제 숙박을 하지 않으면서 지원금만 챙긴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일본정부관광국 조사 결과, 한 호텔운영사는 여행사와 짜고 여행사 직원 이름으로 4800박(泊)을 예약해 지원금을 받았는데, 실제로 숙박한 건 114박에 불과했답니다. 다른 여행사의 경우도 5만5053박을 예약했는데, 이 중 최소한 9175박이 실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조금 부정 수급이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닙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복지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도 고용유지 지원금 등 국고보조금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은 그 자체가 범죄이지만, 제도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사안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여행 캠페인에서만큼은 부정 수급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숙박쿠폰으로 지급하는 지원금액도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그나마 온라인여행사(OTA)의 무원칙한 운영으로 숙박쿠폰 소진율이 60% 수준에 머물렀으니 말입니다. 애초에 부정 수급이 이뤄질 만큼 주지 않았다는 얘긴데, 그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걸까요. 괴멸 위기에 몰린 여행업은 손실보상법의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됐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갖가지 지원을 약속하는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고 있는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여행업계에 대한 지원은 대체 왜 이리 인색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