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에 ‘차별 용인 않겠다’ 명시
하지만 벌칙 부과 규정도 없어
‘선언적인 수준에 그쳐’ 지적도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표현)라는 단어가 국내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2013년 초부터 일본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한 혐한 시위였다. 그 중심에는 우익단체 ‘재일(在日·재일 한인)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이 있었고, 이신혜 씨는 정반대 편에서 당시 재특회 회장이었던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와 보수 성향 인터넷 사이트 ‘호슈소쿠호’(保守速報)를 상대로 힘겨운 법정 싸움에 나섰다.

일본 사회에서 혐한 시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2016년 의회는 무분별한 혐오 행위를 통제하기 위해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안’, 일명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이는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모욕적 언동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법률에 명시한 최초의 사례라는 의미가 있었다. 그 이후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에서 혐한 시위 등을 반복하는 개인에게 최대 50만 엔(약 517만 원)의 벌금을 물리거나, 오사카(大阪)시에서 혐한 행위를 한 극우 인사의 신상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는 등 지방정부 단위에서도 일부 진전이 나타났다. 그러나 가와사키시를 제외하면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이나, 여타 지방 조례 등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직접 금지하거나 벌칙을 부과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단지 선언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일본 내 혐한 문제는 법 제정 후 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후지주택, DHC 등 대기업에 의한 노골적 헤이트 스피치가 계속되고 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회를 주최한 단체 앞으로 수차례 협박 메일과 테러 위협이 날아들곤 한다. 마크 램지어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논문에서 “위안부는 공인된 매춘부”라며 노골적 혐한 발언으로 국제사회를 들썩이게 한 것이 불과 10개월 전이며, 교토(京都) 우토로 등 재일 조선인 마을에 불을 지르는 범죄 행위도 심심찮게 관찰되고 있다. 이현주 전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펴낸 저서 ‘일본발 혐한 바이러스’에서 혐한 현상을 “일본의 정치권력이 뿌려놓은 오래된 정치·사회적 바이러스”로 해석하면서 “저항력이 약한 사람들은 쉽게 감염되고, 또 타인에게 전염시킨다”고 진단했다.

장서우·김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