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사상 최다, 전년보다 206% 급증 … 대부분 ‘북부 삼각형’ 국가 출신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놓인 멕시코에서 올해 2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의 불법 이민자들이 당국에 붙잡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8일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멕시코 내무부는 올해 1~11월 누적 25만2256명의 이민자가 억류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민 당국이 관련 연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기록으로, 지난해(8만2379명)와 비교하면 206%나 급증했다.

최근 5년간 멕시코에 발이 묶인 이민자들은 대다수가 과테말라·엘살바도르·온두라스 출신이었다. 이 3개 국가는 내전과 정국 불안으로 인한 빈곤·폭력·부패가 만연하다는 공통점에서 ‘중미 북부 삼각형’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는 아이티와 베네수엘라, 쿠바, 에콰도르로부터의 이주가 눈에 띄게 증가한 점이 특징이다. 멕시코 정부가 발급한 4만2855개의 인도주의 비자 중 절반 이상이 아이티·베네수엘라·온두라스 국적자들에게 돌아갔다. 이 밖에 경제 규모가 큰 브라질과 칠레에서 온 이민자들도 큰 증가 폭을 보였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10여 년 전 국경을 넘어 정착한 아이티인들의 후손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티에선 올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대지진, 경제 악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많은 수의 난민이 발생했다.

멕시코 정부가 난민 유입에 대응해 이민법 시행을 강화한 점도 억류자 수가 급증한 이유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와도 이민 협정을 맺는 데 실패하자 조직범죄 척결 목적으로 창설한 국가방위군을 이민 단속 업무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멕시코가 본국으로 돌려보낸 불법 이민자는 10만1571명으로, 전체의 40%에 그쳤다. 2020년(73%), 2019년(82%), 2018년(88%) 등에 비하면 절반 정도로 줄어든 셈이다. 미국에 당도하거나, 본국으로 송환되거나, 멕시코에서 붙잡힌 경우를 모두 포괄한 전체 난민 수는 18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추정하고 있다.

장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