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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00만명·日 200만명분
의료계 “백신 늑장도입 반복”
‘제약사들 폭리’ 비판 불거져
효과낮은 머크社 집중도 문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가 팬데믹 상황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지만, 높은 가격과 부족한 초기 물량으로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또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물량이 여의치 않아 각국의 치료제 확보 경쟁이 심화할 경우 백신과 같이 저개발 국가에서는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고, 회당 치료 비용도 60만∼80만 원대의 고가로 알려지면서 도입 전부터 다국적제약회사의 폭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화이자의 치료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머크(MSD)의 치료제 구매 확보량이 더 많아, 과거 초기 백신 도입이 화이자 백신이 아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집중했던 실패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이미 밝혀드린 7만 명분보다 훨씬 더 많은 30만 명분 이상의 치료제 구매 협의를 화이자사와 진행해왔고 계약이 곧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를 총 40만4000명분 계약했다고 밝힌 바 있다. 24만2000명분은 머크의 ‘몰누피라비르’, 7만 명분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도 전날 “이미 체결한 화이자 구매 약관에서 화이자와 16만2000명분(7만 명분 포함)에 대한 추가 구매 실무 협의가 완료돼 계약을 체결할 단계였으나 방역 상황을 고려해 화이자 16만2000명분 추가 구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정부가 경구용 치료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음을 설명했다.

관련은 시기와 물량인데 우선 국내 환자들에게 언제 본격적으로 보급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연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지만, 올해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물리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또 효과가 89%에 달하는 팍스로비드에 비해 30% 수준의 효과를 내고 있는 몰누피라비르 구매량이 더 많은 것도 초기 사용에 제약이 예상된다.

물량확보도 문제다. 정부가 30만 명분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1000만 명분, 일본 200만 명분보다 인구를 감안하더라도 한참 부족하다. 의료계에서는 “화이자·모더나 백신 늑장 도입으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본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격도 논란이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프로테아제 저해제 △니르마트렐비르 △리트로나비르로 구성돼 있다. 총 3정을 하루 2회 5일간 복용해야 한다. 12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는데, 5일간 총 30정을 먹어야 한다. 30정 기준 가격은 530달러(약 62만 원)다.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는 치료 분량당 700달러(약 83만 원)의 가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선 생산 기간이 길다면서 초기에 물량을 많이 풀지 않고, 1회당 치료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경구용 치료제 구입예산을 3500억 원을 잡았을 때 매년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우려가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