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BMW의 새로운 전기차 iX의 수직형 키드니 그릴에는 각종 센서 및 열선이 장착돼 있다. BMW 제공

‘미니멀리즘 디자인’맞춰 숨긴 듯 배치… 필요할 땐 즉각 등장

BMW ‘iX’
레이더·센서·열선 통합한 그릴
엠블럼에 세척기능 달린 카메라

제네시스 ‘GV60’
키 없이 얼굴 인식으로 문 열어
시동 걸면 크리스털이 변속기로

전장부품기업도 채택
콘티넨탈 ‘디스플레이 솔루션’
주행정보 단순·명확하게 구현

‘샤이 테크(shy tech)’가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샤이 테크는 각종 최첨단 기능이 평소 이용자 눈에 잘 띄지 않는 배후에서 대기하다가 사용자가 기능을 사용하려고 할 때 작동 상황을 보여주며 진면목을 보여주는 기술을 뜻한다. 샤이 테크는 차량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 분야에서도 주목받으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 및 디자인 경쟁의 새로운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샤이 테크는 2년 전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19’에서 BMW가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한 용어다. 당초 BMW가 콘셉트카 ‘비전 아이넥스트(Vision iNEXT)’를 설명할 때 사용한 샤이 테크 개념은 기존 차량에서 운전자나 탑승자들이 항상 보거나 만질 수 있었던 조작계와 관련한 부분을 최소화하고 몸동작을 통해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을 의미했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MW는 최근 출시한 전기차 ‘iX’에 샤이 테크 기술을 전면 적용했다. BMW는 샤이 테크를 새로운 미니멀리즘(간소함) 디자인 철학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레이더와 각종 센서 및 열선이 통합된 수직형 키드니 그릴을 비롯해 공기 저항을 줄이는 매립형 도어핸들(손잡이), 보닛 엠블럼(로고)에 숨어있는 워셔액 주입구, BMW 배지 안에 자리 잡은 후방카메라, 시트에 내장된 입체 스피커,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통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에 모두 샤이 테크 콘셉트가 반영됐다.

제네시스는 전용전기차 GV60에 페이스 커넥트와 지문 인증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페이스 커넥트는 차량이 운전자 얼굴을 인식해 키 없이도 차량 도어를 잠금·해제할 수 있는 기능이다. 도어핸들을 터치하면 차량 B 필러에 위치한 카메라가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얼굴 인식에 사용되는 카메라는 근적외선 방식을 적용해 흐린 날씨나 야간과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얼굴을 인식할 수 있으며 딥러닝 기반의 영상인식 기술을 활용해 안경이나 모자를 쓰더라도 운전자 얼굴을 정확히 인지한다고 제네시스 측은 설명했다.

지문 인증 시스템은 차량 내 간편 결제나 발레 모드 해제 시 필요한 인증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지문 인식만으로도 차량의 시동 걸기와 주행이 가능해 키 없이도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 또 구(球) 형상의 전자 변속기 ‘크리스털 스피어’가 탑재돼 시동이 꺼져 있을 때는 무드등이 들어와 심미적인 만족감을 선사하고 시동을 걸면 회전하며 변속 조작계가 나타난다. 이 외에도 G80 전동화 모델은 내연기관차 모델과 달리 폐쇄된 그릴의 일부를 덮개로 설계해 평소엔 그릴의 전체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다가 전면부 그릴 부분을 누르면 덮개가 개방되면서 배터리 충전구가 나타난다.

전장 업체들도 샤이 테크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콘티넨탈’은 운전자가 항상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도록 지능적으로 지원하는 혁신적인 디스플레이 솔루션 ‘샤이 테크 디스플레이’를 오는 2023년 출시할 계획이다. 샤이 테크 디스플레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단순함과 명확함이다. 샤이 테크 디스플레이 솔루션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숨김으로써 사용자 친화성을 높이고 주행 안전성을 높인다는 것이 콘티넨탈 측 설명이다. 필요할 때만 볼 수 있는 샤이 테크 디스플레이는 시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촉각적으로도 스크린 주변의 표면과 매끄럽게 통합됐다. 콘티넨탈 관계자는 “수많은 정보를 시각화하기 위해 점점 더 큰 스크린이 차량에 내장되고 있지만 표시되는 모든 메시지가 모든 상황에 적절한 것은 아니다”라며 “때로는 운전자의 집중력을 떨어트리거나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하기에 적절한 배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샤이 테크가 각광받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BMW가 iX를 공개하면서 엔지니어보다는 디자이너에 초점을 맞춰 차량을 설명했다”면서 “디자인 업계에서도 샤이 테크가 적용되면 차량 실내 공간뿐 아니라 익스테리어에서도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제네시스의 전기차 GV60에는 얼굴 인식을 통해 차량 도어 잠금·해제를 할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하는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현대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