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은 현역시절부터 익살스러운 농담과 개그로 선수단의 사기를 돋웠고 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변함없이 웃음을 유도하고 있다. 전북 현대 제공

■ Leadership 클래스 - K리그1 전북 현대 우승 이끈 김상식 감독

올시즌 앞두고 과감히 선수영입
‘닥공’ 업그레이드 ‘세련된 공격’
사령탑 데뷔 첫해 정상에 올라
권위 내려놓고 팬 앞 춤추기도

코치시절엔 감독-선수 가교역할
지휘봉 잡자 ‘친형 리더십’ 펼쳐
“선수들 열망 덕분” 우승 공 돌려

김상식(45) 감독은 하나원큐 K리그1 2021에서 전북 현대 사령탑으로 데뷔했다. 전북의 6대 감독이며 구단 사상 최초의 소속 선수 출신 사령탑이다. ‘초보감독’이지만 전북을 프로축구 정상으로 이끌었다.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에서 한국인 1군 사령탑 데뷔연도에 정상에 오른 건 1983년 함흥철(할렐루야) 감독, 1987년 이차만(대우 로얄즈) 감독 이후 김 감독이 3번째다. 외국인 사령탑까지 포함하면 1991년 비치케이 베르털런(대우), 2010년 넬로 빙가다(FC 서울), 2019년 조제 모라이스(전북)에 이어 역대 6번째.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1군에선 김 감독이 모라이스에 이어 2번째다. 전북은 K리그 역대 최다 연속 우승을 5회, 최다 우승을 9회로 늘렸다.

김상식과 전북, 우승은 한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전북은 13년 동안 9차례 챔피언이 됐고, 전성기는 미드필더 김상식이 이적한 2009년에 시작됐다. 김상식은 전북에 입단하자마자 주장으로 선출됐으며 전북이 창단(1994년) 이후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는 데 밑거름이 됐다. 김상식은 2011년에도 트로피를 품었다. 2014년엔 코치로 변신했고 2014, 2015, 2017, 2018, 2019, 2020년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올해 감독 김상식은 선수단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건 조광래 대구FC 사장, 최용수 강원FC 감독에 이어 김 감독이 3번째다. 한 구단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우승한 건 최용수에 이어 김상식이 역대 2번째다.

김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 사령탑으로 선임되면서 우려의 시선이 몰렸다. 초보이기 때문. 하지만 김 감독이 지휘한 전북은 올해 22승 10무 6패로 승점(76), 최다승, 최다득점(71골), 최소실점(37골), 최다어시스트(45도움) 등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7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김상식은 1999년 천안 일화(현 성남FC)에서 데뷔, 2013년까지 15시즌 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458경기(역대 7위)에 출장(19득점과 17도움)했다. 국가대표로는 2000 시드니올림픽, 2006 독일월드컵 등에서 활약했고 A매치에 59차례 출전했다.

현역 시절 김상식은 거칠고 악착같은 수비가 장기였고 그래서 별명이 ‘독사’였다. 그런데 경기장 밖에선 이름 끝 자 ‘식’에 사마를 붙인 ‘식사마’로 불렸다. 사마는 ‘님’이라는 일본어 존칭으로 존경하는 상대를 부를 때 붙인다. 선배는 물론 동료·후배를 극진하게 챙기고, 팬들과 사이가 매우 좋았기 때문. 뛰어난 친화력 덕분에 전북으로 이적하자마자 주장으로 뽑혔다. 코치를 맡은 뒤엔 최강희, 모라이스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를 자처했다. 감독의 지시사항을 꼼꼼하게 선수들에게 전달했고, 선수들의 의견을 감독에게 가감 없이 보고했다. 전북의 전성기는 김상식 코치 없이는 불가능했다. 김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친형처럼 선수단을 보살피고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덕장(德將)으로 분류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이 지난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1 정상에 오른 뒤 우승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북 현대 제공

감독 김상식의 사전에 권위란 없다. 현역 시절엔 최고참이면서도 익살스러운 농담과 개그로 후배들의 사기를 돋웠고 코치, 감독이 된 뒤에도 끊임없이 웃음을 유도한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K리그1 우승이 확정된 뒤 선수, 팬들 앞에서 존 스톤스(맨체스터시티)의 춤을 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스톤스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오른 뒤 라커룸에서 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현란한 우승 자축 댄스를 펼쳤다. 이번엔 김 감독이 똑같은 춤으로 박수를 받았다. 감독으로서의 체통보다 고생한 선수들,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화끈하게 보답하길 원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덕장답게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김 감독은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잘 찾는 것처럼 우승을 자주 경험한 전북 선수들이 우승 맛을 알고 열망했다. 선수들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잘 깨우치고 이행했다. 이런 것이 전북의 우승 DNA”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가장 큰 무기는 전북 선수단의 장단점을 훤히 꿰고 있다는 점. 김 감독은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전북의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 개인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훈련과 전술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발휘했다. 전북 선수 중 올해 20경기 이상 출전한 주전급은 15명이고, 이 가운데 30세 이상은 8명. 김상식이 선수와 코치였을 때 동고동락했던 고참들은 김상식 감독의 데뷔연도 우승에 아낌없이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은 인력 보충에도 적극적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국가대표 백승호, 포항스틸러스에서 국가대표 송민규와 일류첸코, 대구에서 류재문, 전남드래곤즈에서 이유현을 데려왔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에서 국가대표 김진수,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에서 사살락 하이프라콘을 임대해 활용했다. 전북의 지난 시즌 선수단 총연봉은 169억629만 원으로 12개 구단 중 1위. 부담이 적지 않지만, 전북 구단은 김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과감한 선수 보강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수확했다.

전북은 닥치고 공격의 준말 ‘닥공’이 트레이드마크.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북을 이끌었던 최강희 전 감독은 수비보다 공격에, 화끈한 화력에 포인트를 맞춘 전략을 추구했고 최 전 감독을 보좌했던 김 감독은 ‘세련된 닥공’으로 진화시켰다. 모라이스 전 감독이 지휘했던 지난해 전북은 경기당 1.70득점으로 이 부문 3위였지만 김 감독이 지휘한 올해는 1위다.

전북은 올해를 포함, 3년 연속 울산 현대와 우승을 다퉜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전북은 울산을 2019년 승점 2, 2020년 승점 3, 올해 승점 2 차이로 제쳤다. 울산은 물론 나머지 11개 팀은 모두 전북의 전성기를 끝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내년 시즌을 바라보는 김 감독은 그래서 닥공의 신버전을 마련하고, 전술전략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내년엔 더 많은 견제를 받을 것이다. 전북은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대한축구협회컵까지 3관왕을 노려야 한다. 잘 준비해서 내년엔 3관왕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