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동결·인하” 목소리에도
‘李·尹’ 모두 勞 의식, 인상 시사

文정부보다 오름폭은 줄어들고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가능성

中企 “소상공인 생존위협 우려”

문재인 정부 들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상 속도를 보여온 최저임금 정책의 큰 흐름이 내년 5월 신정부가 출범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계에서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하 목소리가 높지만, 노동계를 의식한 유력 대선 후보 진영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 정부 때보다 인상 폭은 줄어들고, 지역별·업종별로 차등 적용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 기조 유지를 시사하는 언급을 했다. 이 후보는 전날 중소·벤처기업 7대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이나 장시간 노동이 아니면 견디기 어려운 한계기업을 끝없이 안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동결·인하하면 퇴출 대상인 한계기업이 계속 생존한다는 뜻이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매년 최저임금 인상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2일 윤 후보는 ‘더 많은 임금, 더 적은 근로시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을 지속해서 올리되 고용주와 근로자가 모두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을 방문해 최저임금, 주 52시간제를 철폐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논란이 있자 해명을 하면서 최저임금 점진적 인상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인상 폭이나 수준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인상 속도나 적용 방식에 대한 ‘손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는 기류가 읽힌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후보가 임기 내 최저임금 1만 원을 내걸었던 것과 대비된다.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에 대한 비판과 반발이 컸던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해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동결하거나 인하한다고 해도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지 유력 후보들이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하면 소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업계에서 나온다. 윤 후보는 지역별·업종별 차등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계는 물론, 소상공인업계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문제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생존이 위협받아 새 정부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연일 후보들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정책을 발표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방치하려 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