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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강변하는 책을 떠올리면 핼러윈의 온갖 소란은 유치원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10월의 마지막 날에 갖가지 분장을 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즐기지만 나이가 좀 든 세대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고대 켈트 민족의 풍습에서 유래해 미국 땅에서 자리 잡은 축제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그리 호들갑을 떠냐고 눈살을 찌푸리곤 한다. 남의 축제를 무작정 따라 하느니 우리의 동지나 잘 챙기라고 훈수하기도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는 핼러윈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유치원 시절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치렀으니 크리스마스만큼이나 기억에 많이 남는 날이기도 하다. 호박 등불이나 각종 튀는 분장 등도 모두 기억에 남을 만하다. 유치원 시절 어른들이 동짓날 팥죽을 쑤어주며 흥겨운 행사를 해 준 기억이 없으니 우리 고유의 동짓날을 기념하라는 훈수는 ‘꼰대스럽게’ 들린다.

어찌하다 보니 핼러윈의 호박과 동지의 팥죽이 대립 관계를 형성하는 것처럼 되었지만 본질적으로 둘의 목적은 같다. 핼러윈 호박은 이목구비를 파낸 후 등불을 넣어 등으로 변신하는데 이는 악귀가 던진 불씨를 가둔다는 의미로 풀이되기도 한다. 동지의 팥죽 또한 역병을 옮기는 악귀가 팥의 붉은 색을 싫어한다고 해서 악귀를 쫓기 위해 먹는 것으로 설명된다.

호박 등불이면 어떻고 팥죽이면 또 어떻단 말인가. 요즘 세상에는 악마의 존재를 믿으며 호박 등불을 밝히는 이도 드물고 악귀를 쫓겠다며 팥죽을 먹는 이도 찾기 어렵다. 그 시작이야 어떻든 결국 특별한 하루를 기념하고 즐기는 날일 뿐이다. 갖가지 재료에 물을 듬뿍 넣고 오래 끓여내면 죽이 된다. 여기에 특별한 재료를 넣으면 더 맛난 먹거리가 된다. 핼러윈에 팥죽을 먹어도, 동지에 호박죽을 먹어도 나무랄 바 아니다. 어차피 달력은 동과 서에서 같이 넘어가는 것, 죽처럼 어우러지면 될 일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