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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다니엘 바렌보임

7살 첫 독주회… 15살 뉴욕공연

35살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빈 필’ 내년 신년음악회 지휘봉
유대인이지만 중동평화에 헌신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 15분, 오스트리아 빈에선 전 세계가 주목하는 클래식 음악 최대 이벤트가 열린다. 바로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역사와 전통의,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고유의 색채가 한 지휘자에 의해 변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신 빈 필은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인 신년음악회를 위해 매년 단원들과 관계자들의 투표로 현존하는 가장 실력 있고 명망 있는, 오케스트라와 음악회의 격에 맞는 지휘자를 선임한다. 곧 있을 2022년 신년음악회에서의 지휘봉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이스라엘 출신의 다니엘 바렌보임(1942∼)이 잡게 된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러시아계 유대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5세 때 처음 피아노를 배운 바렌보임은 놀라운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겨우 7세가 되던 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베토벤 프로그램으로 첫 독주회를 갖는다. 10세가 되던 해엔 빈과 로마에서 피아니스트로 데뷔 무대를 가졌고 2년 뒤인 1954년부터는 세계적인 거장들을 사사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건너가 에드윈 피셔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이고르 마르케비치에겐 지휘수업을 받았다. 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수많은 거장(메뉴인, 거슈인, 피아졸라, 번스타인)을 길러낸 나디아 불랑제로부터 화성과 작곡을 배웠고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선 카를로 체키에게 피아노와 지휘법을 배웠다. 15세가 되던 해인 1957년,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와 협연한 바렌보임은 미국 뉴욕 공연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동시대의 젊은 피아니스트 중 가장 주목받는 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천재 피아니스트인 바렌보임이 지휘무대에 서기 시작한 것은 1962년쯤으로, 1965년엔 영국 실내관현악단과 함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지휘했고, 1967년에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1968년엔 런던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지휘자로서 영역을 넓혀나갔다. 31세가 되던 1973년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지휘하며 지휘 영역을 오페라로까지 확장했다. 35세가 되던 1975년, 그는 세기의 거장 게오르그 솔티의 후임으로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14년이나 이끌었다.

1999년 바렌보임은 팔레스타인계 석학인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 적대관계에 놓여 있는 지역의 청년들로 구성된 ‘서동시집(西東詩集, West-ostlicher Divan)’이란 이름의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인임에도 자국의 국수주의를 맹렬히 비판하며 독일 문호 괴테의 작품에서 이름을 딴 이 오케스트라와의 연주활동을 통해 대립하는 모든 이에게 서로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며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2000년 그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종신 수석지휘자로 임명됐으며 현재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음악감독으로, 또 피아니스트와 반주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라데츠키 행진곡’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1848년 작곡해 당시 개선장군이었던 요제프 라데츠키 폰 라데츠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행진곡이다. 초연 당시 개선하는 오스트리아 장교들을 위해 이 작품이 연주됐을 때, 황제와 장교들은 넘치는 애국심과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모두 기립해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고 박수를 쳤다고 한다.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서 매년 연주되는 고정 앙코르곡으로, 초연 때의 에피소드로 관객들이 박수로 화답하는 전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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