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보령해저터널 공사 당시 특수방수문. 현대건설 제공

■ What - 新기술 집합… 11년의 대장정

발파 굴착 ‘나틈’공법 해저 첫 적용
해수유입 막는 ‘차수 그라우팅’도

보령해저터널은 ‘최장’이란 수식어 외에 ‘최초’란 수식어도 가지고 있다. 각종 신기술이 적용되면서 우리나라 해저터널 공법의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보령해저터널 공사에는 현대건설과 코오롱글로벌 등 총 13개사가 참여했다. 공사에 투입된 장비는 하루 평균 50대, 인력은 200명 정도다. 공사가 4000일가량 진행됐으니 장비 20만 대와 연인원 80만 명가량이 투입된 것이다.

가장 먼저 터널을 뚫기 위해선 바닷속의 불안정한 지층 구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터널 막장 전반의 지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TSP(Tunnel Seismic Prediction·터널 전방 탄성파 탐사)를 통해 막장 전반 200m 범위의 지질 이상을 감지했다. 지반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막장 전반 50∼100m 범위에서 선진수평시추 조사를 하고, 감지공 작업을 통해 유입 수량을 측정했다.

보령해저터널은 국내 최초로 암반을 발파하며 굴을 뚫어나가는 나틈(NATM) 공법으로 진행됐다. 암반에 구멍을 뚫은 뒤 화약을 넣어 발파하고 암반을 터널 밖으로 방출하는 방식이다. 다른 공법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보령해저는 지질이 균일하지 않아 나틈 공법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됐다. 현대건설은 이 공법과 더불어 컴퓨터로 위치가 제어되는 첨단 로봇 드릴링 머신을 적용해 굴착의 정확도를 높였다.

안정성과 내구성도 강화했다. 현대건설은 터널 공사의 최대 리스크인 터널 내 해수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암반 틈새로 유입되는 바닷물을 막는 차수그라우팅(충전재를 틈 사이에 주입하는 공법) 작업에 ‘IMG’(지능형 멀티 그라우팅) 시스템을 적용했다. 그라우팅 압력과 유량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동시에 여러 곳에서 시공이 가능해 그라우팅하는 시간도 절반가량 단축할 수 있었다.

내구성 강화를 위해 벽두께는 30㎝에서 40㎝로, 콘크리트 강도는 일반(24㎫)에서 고강도(40㎫)로 강화했다. 연결구간에는 일반적으로 방수에 사용되는 부직포 대신 PE엠보시트를 사용했고 부식방지용 록볼트(Rock bolt)를 적용해 안정성을 한층 높였다.

지질 강도가 약한 함탄층(석탄이 함유된 지층)과 습곡(휘어진 지질구조) 등 위험구간이 많은 구간은 모니터링과 유사시 근로자가 대피할 수 있도록 벽두께만 1m에 달하는 특수 방수문도 곳곳에 설치했다. 한 번의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터널의 특성을 고려해 비상시 반대 방향 터널로 대피할 수 있는 통로로 사람용 21개(220ｍ 간격), 차량용 10개(660ｍ 간격)가 만들어졌다. 옥내소화전도 50ｍ 간격으로 301개가 배치됐고, CCTV도 92개가 설치됐다. 터널 중간 지점에는 4800t 규모의 저수조가 설치돼 펌프를 이용해 시간당 407t 규모로 유입되는 터널 내 지하수를 외부로 배출하도록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저터널 공사는 24시간, 365일이 바닷물과의 싸움”이라면서 “해수유입이라는 난제를 극복함으로써 향후 발주되는 공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