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기 김포시 풍무동 소재 조선 왕릉 장릉 능침에서 바라본 인천 서구 검단동 신축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원안가결 가능성 없어” 강경 입장
왕릉 등 역사문화환경 훼손 이유
과거 높이 조정 - 철거 전례 있어

문화재위원회가 9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궁능문화재분과·세계유산분과 합동분과위원회의를 열고 이른바 ‘김포 장릉뷰 아파트’ 건설사들이 낸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공동주택 건립 현상변경’ 신청안을 심의한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이 올해 안에 심의를 마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문화재위와 문화재청 모두 ‘아파트 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강경한 기류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안 가결 가능성 희박” = 합동분과위는 이번 회의에서 문화재청이 설계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방안을 검토하고, 대방건설·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 등 건설사들이 새로운 개선안을 마련해 오면 그에 관한 설명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위가 건설사들과 합의안을 도출하면 ‘조건부 가결’로 심의를 마무리하고,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경우 다시 결론을 ‘보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문화재청과 문화재위 관계자들이 전하는 내부 기류를 종합하면, 기존 아파트 층수와 높이를 유지하는 내용의 현상변경 신청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는 문제의 아파트가 능침에서 앞으로 바라봤을 때 풍수지리상 중요한 계양산을 가리고, 총 44개 동 가운데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 동이 문화재 당국의 허가 없이 지어졌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 10월 28일 아파트 높이를 유지한 채 외관을 수정하는 내용의 건설사 수정안에 대해 합동분과위가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은 그 정도로는 장릉 역사문화환경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무단으로 지어진 건물을 용인할 경우,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와 규제의 틀이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사와 인천 서구청은 행정 절차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어, 이번 사안이 행정소송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높이 조정 및 철거 사례 주목 = 이에 따라 조선 왕릉의 역사문화환경 훼손을 이유로 과거에 건물 높이를 낮추거나 건물 자체를 철거한 사례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의 사전 심의를 통해 왕릉 인근 건물의 높이를 낮춘 사례로는 △동구릉 구리유통종합시장 건물 신축 △경희궁지 주변(사직2구역) 공동주택 신축 △종묘 인근 공동주택 및 업무시설 신축 △정릉 인근 공동주택 신축 △김포 장릉 주변(풍무지구) 공동주택단지 신축 등이 있다. 이번 ‘장릉뷰 아파트’처럼 건물이 거의 지어진 상태에서 높이 조정이 이뤄진 사례는 아니지만, 이들 모두 건물 층수를 낮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포 장릉 주변 골프연습장 신축 사업은 2013년 문화재위의 ‘부결’ 결정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건설사의 현상변경 신청에 따른 심의 외에 문화재청이 자체적으로 왕릉의 본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건물을 철거한 사례도 있다. 서울 태릉과 강릉 복원을 위해 2018년부터 최근까지 태릉선수촌 내 건물 11개 동을 철거했고, 장기적으로 태릉선수촌을 완전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을 서울 강남구 내곡동으로 이전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완전 이전을 추진하는 것도 서울 의릉 복원을 위한 조치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는 ‘장릉뷰 아파트’와 같은 사례에 엄정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 조선 왕릉의 지위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로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던 영국 리버풀 항구가 축구장 건설 등 재개발을 추진했다 2021년 세계유산에서 해제됐고,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도 새 다리를 건설했다가 2009년 세계유산에서 해제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09년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왕릉뿐 아니라 주변 경관적 특징까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라며 “경관적 가치가 훼손될 경우, 유네스코가 조선 왕릉을 세계유산에서 해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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