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미옥 전 경감[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흉기 난동 부실 대응에 조언…“성별 떠나 빠른 위기관리 체질화가 숙명”

“클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줄 여력이 없죠. 현장은 완전히 ‘생물’이니까요.”

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있다 올 초 명예퇴직한 박미옥(53) 전 경정은 여전히 ‘여경(女警)의 전설’로 불린다.

1991년 서울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의 ‘원년 멤버’였고 2011년에는 ‘사건 1번지’ 서울 강남경찰서에 첫 여성 강력계장으로 부임했다. 1988년 경찰에 발을 들인 뒤 민원실 근무 1년을 빼고는 줄곧 형사·강력 파트에서만 근무했다.

탈옥수 신창원, 연쇄 살인범 유영철 사건 등을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그는 여경을 주인공으로 한 다양한 극의 모티프가 됐다.

최근 인천 흉기난동 부실 대응과 관련,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 중 한 명이 여경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 대응이라는 본질은 흐려지고 젠더 갈등이 다시 점화됐다. 박 전 경정은 과연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3일 전화로 만난 박 전 경정은 “상세하게 그 현장을 알지는 못하겠지만 폭력·상해 현장은 위기관리와 안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해당 여성 경찰관이 올 4월에 임용됐다고 하는 걸 보니 현장에 얼마나 가봤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장에 출동했다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 안전을 확보하는 게 일차적인 문제거든요. 사건을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매뉴얼대로 안 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시보 경찰관은 현장을 예견하기 어렵죠. 그래서 경험자와 비경험자가 2인 1조로 같이 있어야 하고요.”

성별 문제가 아니라 경찰 매뉴얼대로 처리되지 못했던 부분이 부실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그는 “내가 강력 현장에 주로 있었지만 112 신고 접수 후 매뉴얼과 경험에 따라 현장에 가지만 현장은 그것보다 훨씬 날 것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누누이 후배들에게 말하지만 초보 경찰관이든 베테랑이든 초기에는 위기관리 능력이 1번이에요. 이 능력은 겪어서 다 알 수 있는 게 아니고, 연습할 시간도 없어요. 그래서 선배들의 경험담 등을 통해 변수들을 수없이 시뮬레이션해야 하죠. 물론 그렇게 해도 현장에서는 겨우 대응하게 됩니다. 그래서 변수에 대한 교육이 끊임없이 필요합니다.”

박 전 경정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도 “층간소음으로 항의한 사람의 성향을 판단할 수 있었어야 한다. 진짜 흉기를 갖고 올 만한 인물인지, 예민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층간소음 사건이 그동안 많았는데 그동안 매뉴얼이 업그레이드됐는지, 분리와 안전 확보가 이뤄졌는지 살펴야 한다”면서 “‘(지원 인력을) 부르러 갔다 말았다’는 건 변명일 뿐이다. 일단 가해자를 밖으로 나가게 해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일로 문재인 대통령이 경찰을 질타하고, 김창룡 경찰청장도 대국민 사과하는 등 경찰 공신력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박 전 경정은 “경찰의 숙명 같은 문제다. 현장 상황은 항상 변하고 날 것 같은 상황이 나오기 때문에 도제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감각이 중요하다”며 “그건 끊임없는 훈련만이 답이다. 상대의 이상한 말투 하나로도 예견할 수 있는 신호를 장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찰의 시스템은 점점 세련돼졌지만 결국은 ‘사람’이 문제다. 구조가 바뀌었다고 내용이 함께 세련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가 타인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게 업무라 긴 시간 연습하며 역량을 쌓을 수 없다는 겁니다. 위기관리 능력을 빠르게 체질화해야 하는 게 우리 숙명이라고 후배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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