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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에세이들이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습니다. ‘생각 비우기 연습’을 제안하는 책부터 자식에게 모든 걸 쏟아붓느라 잃어버린 ‘나’를 되찾는 법을 일러주는 책까지 실로 다양합니다. 이 리스트를 보고 있자니 불안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우리 일상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번 주 나온 ‘왜 그는 더 우울한 걸까?’(책사람집) 역시 미국 임상심리학자가 각자 이유로 삶에 지친 독자를 일으켜 세우는 책입니다. 10년 넘게 수많은 우울증 환자를 상담해온 저자는 우울의 실체가 무엇인지, 또 무기력과 외로움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어 내려갑니다. 책에 따르면 우울감은 다양한 증상으로 이뤄진 정서적·신체적 증후군입니다. 여기엔 기분·식욕·수면 패턴·사고방식의 ‘부정적 변화’가 동반됩니다. 저자는 우선 우울감과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냥 툭툭 털고 기운 내. 우는 소리 좀 그만해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휘둘리면 영영 우울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어두운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려면 우울감을 ‘독립된 실체’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우울증’이라는 등식을 깨는 것이 첫 출발이라는 얘기입니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자신의 우울증을 ‘검은 개’라고 불렀는데, 이에 착안한 저자는 내담자 옆에 커다란 고릴라 인형을 앉혀놓는다고 합니다. “고릴라를 당신에게 따라붙는 ‘우울한 괴물’이라고 생각해라”면서요. 이렇게 우울감을 자아와 분리된 것으로 인정한다면 어느 순간 의지력이 강해져 “감기를 떨어내듯 우울을 날려버릴 수 있다”네요.

지난달 문화일보 기획 시리즈 ‘한국인의 마음-우리를 이해하는 7가지 질문’을 위해 만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나눈 대화 주제도 ‘우울’이었습니다. ‘100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뇌과학자에게 우울은 ‘먼 나라 얘기’일 거라 짐작했는데 웬걸, 그도 “날마다 우울하다”고 했습니다. 세속적 성취와 상관없이 울적한 감정은 ‘감기’처럼 때가 되면 찾아오고, 또 시일이 흐르면 사라진다는 말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삶이 힘겹다고 느끼시나요. 하루에도 몇 번씩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시나요. 그래도 주저앉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울의 실체를 직면한다면 다시 박차고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우울이 인간의 기본 조건이라면, 우울하다고 반드시 불행한 건 아닐 테니까요.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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