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관람객들이 더 콘란샵이 자체 제작한 가방을 살펴보고 있다.

■ Premium Life
- 더 콘란샵 강남점 2주년… 佛아티스트‘다미앙 뿔랑’전시

가구·패션잡화 등 300여개 브랜드 취급
매장 곳곳 세계적 디자이너의 철학 가득

5000만원 소파 · 2000만원 넘는 테이블…
고급 리빙매장에 대한 소비자 갈증 해소

2주년 맞아 매장 전체가‘전시장’탈바꿈
내외부 뿔랑의 감각적 도형·色으로 꾸며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액자에서부터 주방에서 쓰이는 도마까지, 자세히 살펴보면 어디 한군데 생각 없이 만들어진 선(線)이 없다. 산업디자인 전공 교재에서나 만날 수 있는 디자이너 거장의 작품부터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제품까지 수많은 디자인 피스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마치 디자인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한국 소비자들의 인테리어 취향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더 콘란샵(THE CONRAN SHOP)’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다미앙 뿔랑은 더 콘란샵 강남점 매장의 외부와 내부를 특유의 감각적인 도형 사용과 색 조합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더 콘란샵은 1974년 영국을 대표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기사(KBE) 작위를 받은 테런스 올비 콘란(Terence Orby Conran·1931~2020) 경에 의해 설립된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이다.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팅한다’는 모토 아래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럭셔리 가구에서부터 패션잡화와 리빙 소품, 주방 식기에 이르기까지 300여 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취급한다. 편집매장 방식의 리빙숍이 지금에야 국내에서도 비교적 흔해졌다지만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과 디자인 철학을 내걸고 고객에게 ‘삶의 취향’을 추천하는 것은 어지간한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야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매장에 들어서면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들어봤을 칼한센앤선과 북유럽 디자인 의자의 정수로 꼽히는 에그 체어로 유명한 프리츠 한센, 미국 모더니즘의 자존심 허먼밀러에서부터 더 콘란샵이 직접 디자인한 자체 PB 상품까지 마치 갤러리에 놓인 작품들처럼 치밀한 의도 아래 배치된 가전·가구·주방용품이 곳곳을 수놓는다.

더 콘란샵은 지난 2019년 11월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12번째로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3305㎡(1000평) 규모의 매장을 오픈한 후 지난 8월 동탄점에 추가 입점하며 국내 고급 리빙 시장의 문을 열었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소품과 고객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매장 구성으로 한국 진출 이전부터 이미 런던 여행의 필수 코스이자 파리의 명소로 입소문이 나며 수많은 국내 방문객이 찾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더 콘란샵의 디자이너 가구들은 비싸지만 가격을 넘어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내세운다. 강남점 오픈과 동시에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 부촌에 거주하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고객이 몰리며 5000만 원에 달하는 소파, 2000만 원을 훌쩍 넘는 테이블이 잇따라 판매되기도 했다. 세계적 수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연출한 쇼룸을 교과서 삼아 참고하기 위해 지금도 지방에서부터 일부러 먼 걸음을 하는 경우도 많다. 강남점은 전 세계 더 콘란샵 매장 중에서도 가장 큰 수준으로 알려졌다. 뒤집어 말하면 그간 경제 수준에 턱없이 부족한 고급 리빙 매장에 갈증을 느끼던 국내 소비자가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더 콘란샵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뛰었으며 누적 방문객은 300만 명을 돌파했다. 더 콘란샵을 시작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국내 프리미엄 리빙 시장에 맞춰 영국과 프랑스의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들이 연이어 국내에 상륙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더 콘란샵 강남점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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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콘란샵 강남점은 이번 달 오픈 2주년을 맞아 연말까지 세계적인 아티스트 ‘다미앙 뿔랑(Damien Poulain·사진)’과 함께 매장 전체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9월 더 콘란샵의 영국 첼시 매장을 장식하는 등 더 콘란샵과 수차례 협업을 펼쳐왔던 프랑스 그래픽 아티스트 다미앙 뿔랑이 직접 강남점 매장의 내외부를 특유의 감각적인 도형 사용과 색 조합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꾸몄다. 특히 매장 입구에 자신만의 시그니처 조형물을 전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단순한 쇼핑 경험을 넘어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다양한 영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돌아오는 주말 내한하는 다미앙 뿔랑을 15일 서면 인터뷰로 먼저 만났다.

타이포그래피 아티스트로 국내에서도 수차례 전시에 참여해 한국 팬들과 만난 적이 있다는 다미앙 뿔랑은 먼저 더 콘란샵 강남점 외벽에 설치되는 자신의 작품 ‘기억은 영혼의 향기(Memory is the Perfume of the Soul)’를 두고 “예술과 우리가 살아가는 곳 주변이 항상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몰입감을 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백화점 건물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다채로운 빛과 벽화, 입체적인 토템 모양 등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색채를 드러낸다. 다미앙 뿔랑은 “예전부터 다양한 모양이 있는 공간에서 머물고 싶었다”며 “색(色)이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한 줄기 햇빛이 더 콘란샵에 놓여 있는 가구들과도 멋지게 어울릴 것”이라며 이번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미앙 뿔랑은 “매장을 찾은 사람들이 빛이 연출한 다양한 색채를 느끼며 자신만의 영혼의 향(香)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인사를 건넸다.

다미앙 뿔랑은 자신의 예술세계가 더 콘란샵이 지향하는 인테리어 철학과도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소개했다. “지금까지의 제 작품에는 생활공간(habitat)과 생활양식(habit, 프랑스어로 ‘옷’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사이의 관계, 유목민의 관념에 대한 생각들이 녹아 있습니다. 그동안 런던과 파리에서 더 콘란샵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모든 협업은 도시가 자리한 지역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 면을 보여주며 성장해 왔습니다. 이번 서울에서의 전시도 그럴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수차례 서울을 찾기도 했던 그의 눈에 비친 서울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도시 곳곳에 우뚝 솟은 고층 빌딩이 인상적이었죠. 하지만 좀 더 돌아다니다 보니 빌딩 사이사이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화된 도시의 모습 뒤에 완전히 다른 시대의 문화와 전통, 기교, 사람들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과거와 오늘날이 교차하면서 빚어내는 대비가 제 마음에 쏙 들었죠. 언젠가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잠재력을 제 작품에 활용해보고 싶네요.” 다미앙 뿔랑은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더 콘란샵 강남점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아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한편 매장을 찾은 고객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사인회를 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