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안 인터뷰 - ‘사유의 방’ 100배 즐기기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의 반가사유상 전용 전시공간 ‘사유의 방’ 입구 검은 벽에 쓰인 글귀다. 이는 이곳을 찾은 관람객이 반가사유상을 만나는 방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오감을 열고, 다각도로 관찰하며, 사유하라는 것이다.

중앙박물관과 건축가 최욱 원오원아키텍스 대표가 협업해 만든 439㎡ 규모의 ‘사유의 방’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공간은 어두운 복도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전시물과 대면하는 게 아니라 마치 반가사유상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느껴진다. 이 여정은 물과 바람 등 자연의 순환을 형상화한 듯한 영상과 함께한다. 벽면에 설치된 프랑스의 미디어아티스트 장줄리앙 푸스의 작품이다.

눈이 어둠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복도 모퉁이를 오른쪽으로 돌면 비로소 두 반가사유상과 마주하게 된다. 전용 전시공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두 반가사유상이 한순간에 눈앞에 나타난다.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묘한 어둠 속에 두 반가사유상이 유난히 빛난다. 경사진 바닥과 기울어진 천장이 만들어내는 소실점에 반가사유상이 놓여 있다. 조명이 비친 기울어진 벽면, 천장에 촛불처럼 매달린 2만여 개의 봉이 내는 은은한 불빛 등 모든 것이 반가사유상을 돋보이게 한다.

방에서는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 등 오감을 열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좋다. 벽면의 황토는 숯과 옻, 계피 등의 향기를 내뿜고, 입구의 영상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린다.

이제 가까이 다가가 두 반가사유상을 제대로 만날 시간. 81.5㎝ 높이의 왼쪽이 6세기 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이고, 이보다 조금 더 큰 90.8㎝ 높이의 오른쪽이 7세기 초 신라 불상이다.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기 전까지 각각 국보 78호, 83호로 불렸다. 두 반가사유상을 가운데 놓고 타원형으로 돌면 다른 어떤 반가사유상도 범접하지 못하는 완벽한 조형미를 감상할 수 있다. 반만 가부좌를 튼 반가(半跏) 자세, 오묘한 미소와 사유가 겹치는 표정 등은 멈춤과 움직임, 번민과 수행의 교차를 상징한다. 관람자 역시 절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사유에 동참하게 이끄는 마력이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