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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사회부 기자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합의 결과가 ‘한국의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전 세계 200여 개 나라가 참여한 가운데 영국 글래스고에서 약 2주간 열렸던 이번 COP26의 지난 13일 폐막식. 총회장을 떠나는 선진국들은 글래스고 기후조약 합의문에 그래도 “석탄 사용 감축”을 밀어넣었다는 측면에서 위안을 삼았고, 중진국인 인도와 중국은 폐지가 아니라 “석탄 사용 단계적 감축”이라는 결과가 도출되면서 그나마 선방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문 정부는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석탄 사용 방향을 둘러싼 글로벌 논의 상황이 변하고 있었지만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는 이미 석탄 화력 발전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글래스고 합의로 각국이 석탄 화력 발전으로 돌아가는 쪽으로 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문 정부가 너무 앞서나갔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석탄 화력 발전 폐지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로 나오고 있다. 미국과 호주 등 선진국조차 산업계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석탄 화력 발전 중단 계획을 공언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석탄 화력 발전 중단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임기를 5개월 남겨놓은 문 정부의 성급한 국제 약속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글로벌 에너지 환경 속에서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과를 빚고 있다. 국가운영에서 이상과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