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Global Window - 美 밀레니얼·Z세대의 직장관

일과 삶 분리하려는 Z세대
회사와 안맞으면 바로 사직
이직건수 年 80%씩 늘어나
평균 근속연수도 2년3개월

“37세 고용주들은 23세 고용인들이 두렵다.”

미국의 소매 점포 업체 불레틴을 창업한 알리 크릭스먼(30)은 Z세대(1996~2012년 사이 출생자) 직원들이 생리통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이유로 며칠 일을 쉬겠다는 의사를 전해 올 때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경험을 뉴욕타임스(NYT)에 털어놨다. 밀레니얼 세대(1981~1995년 사이 출생자)인 그는 ‘웰빙’을 중요시하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응원하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들었지만, 동시에 CEO로서 이들에게 유급 휴가를 지급한 만큼 발생하는 노동 공백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인 그는 “생리 기간 땐 나 역시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을 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위치”라고 했다.

9일 NYT는 크릭스먼과 같이 ‘관리자’의 위치에 있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일과 삶 사이를 철저히 분리하려는 Z세대들의 욕망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이들의 ‘직설적인’ 표현 방식에는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 밀레니얼 세대들은 “어떤 방식의 일을 하든, 자신에게 일이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높은 강도의 일을 떠맡는 데도 큰 거리낌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한가운데서 일을 시작하게 된 Z세대들은 같은 ‘위기’ 속에 놓여 있으면서도 일을 대하는 방식이 이들과 완전히 달라졌다. 채용 연계 회사 리플매치가 Z세대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올해 가을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3분의 2가 무기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을 선호했다. 중국 음식을 배달시켜 먹으면서, 새벽까지 고객에게 전할 피드백 하나에 집착했던 밀레니얼 세대에겐 주어진 일만 끝내면 ‘칼같이’ 퇴근해 요가 수업에 가려는 Z세대들의 생활방식이 생소하다. 직장 내 위계질서를 “무시”하고 일에 “집착”하는 관리자들의 방식이 “낡았다”고 서슴없이 지적하는 Z세대들과 밀레니얼 세대 간의 인식 차이, 다시 말해 MZ 세대로 뭉뚱그려지는 세대 내에서도 또 한 겹의 세대 갈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의 지지 성명을 낼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Z세대가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직장 문화다. 포브스는 “Z세대는 문화의 변화를 주도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으며, 이는 기업 내에서 문화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라며 “의미 있는 직업을 찾고 싶은 Z세대들은 기업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난다”고 짚었다.

한 직장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Z세대의 진취적 성향이 노동 시장의 ‘대개편’(Great Reshuffle)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 노동 시장에 부는 대규모 파업 운동을 일컫는 말인 ‘대사직’(Great Resignation)이 엄밀하게는 잦은 이직으로 채워진 대개편에 가깝다는 얘기다.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구인·구직 서비스 링크드인이 약 8억 명에 달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Z세대의 이직 건수가 매년 80%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밀레니얼 세대에서 50%, X세대(1965~1980년 사이 출생자)에서 31%,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사이 출생자)에서 5%로 각각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자산관리 업체 퍼스널캐피털과 지난 8월 공동 시행한 조사에선 Z세대 응답자 중 91%가 이직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대개편의 흐름은 평균 근속 기간에서도 나타난다.

미 온라인 채용 웹사이트 커리어빌더는 세대별로 한 직장에 머무르는 기간이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 8년 3개월, X세대는 약 5년 2개월, 밀레니얼세대는 2년 9개월, Z세대는 2년 3개월로 급속히 짧아져 왔다고 집계했다. 노스웨스턴대 교육·사회 정책학과 조교수인 하네스 슈반트는 “불경기에 대학을 졸업한 세대의 첫 직장은 평균적으로 질이 낮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더 나은 위치로 올라가려는 이 세대의 욕구를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