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SSG 랜더스의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이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은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정세영 기자

프로야구 SSG의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활약한 제이미 로맥(36)이 고향 캐나다로 돌아간다.

로맥은 3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에서의 5년이 나의 인생을 변화시켰다”면서 “여기서 보낸 5년이 야구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었다. 인천에서 쌓아온 평생 갈 우정이 감사하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인생을 변화시킨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5월 SK(현 SSG)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합류한 로맥은 올해까지 5시즌 동안 통산 62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3, 610안타, 155홈런, 409타점을 남겼다. 특히 2018년에는 홈런 43개, 107타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네 번째 우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로맥은 오는 6일 고향인 캐나다로 떠난다.

이날 깔끔한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인터뷰에 나선 로맥은 “야구가 인생 전부는 아니지만 야구 선수로 뛰었고, 야구 하면서 오래 생활했다.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셔츠를 입은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야구를 끝내고 일반인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로맥은 또 은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작년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다. 3월에 얻은 둘째와 떨어져야 한다는 아쉬움도 컸다. 아내에게 아들 둘을 맡기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아이들을 돌보며 남편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야구 쪽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숨 고르기’를 하는 시간이다. 야구가 나의 인생이었고 아직 열정이 남아있다. 다음 야구 세대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로맥의 155홈런은 SSG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기록이다. KBO리그 외국인 타자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타이론 우즈(174개), 제이 데이비스(167개)에 이어 역대 3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로맥은 “건강해서 외국인 최다 홈런 기록을 쓸 수 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다. 그 목표를 위해 내년에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후회는 없었다. 올해 외국인 선수 5년 연속 20홈런 기록을 써서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로맥이 꼽은 최고의 순간은 2018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이다. 당시 SK는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두산을 5-4로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SK는 특히 5-4로 앞선 연장 13회 말 에이스 김광현을 내세워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로맥은 “1점 차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를 위해 잠실구장 1루에 서 있었다. 김광현이 몸을 풀고 있는 줄 몰랐는데, 연장 13회 말 김광현이 나왔다. 그때 놀라고 소름이 돋았다. 집중하기 힘들었는데 김광현이 등판하면서 잘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로맥은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투수를 꼽아달라는 말에 제일 먼저 양현종의 이름을 꺼냈다. 로맥은 “2017년 한국에 온 뒤로 1년 반 동안은 양현종을 상대로 잘 쳤던 것 같은데, 이후로는 공략을 잘하지 못했다. 직구가 정말 좋다. 양현종이 몸쪽 높은 코스로 공략했을 때 친 기억이 없다”며 “메이저리그로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기뻤다”고 껄껄 웃었다.

로맥은 이어 “키움 조상우는 시속 150~155㎞의 직구를 던지는 선수여서 늘 직구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는데, 슬라이더만 던지더라. 대처가 되지 않았다”며 “지금에서야 ‘왜 직구만 노렸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화 정우람은 시속 85마일의 공을 던지는데 100마일로 느껴졌다. 심판이 몸쪽 공을 잘 잡아주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며 “몸쪽 공을 노리고 들어가면 바깥쪽 체인지업에 당했다. 나보다 한 수 앞을 내다봤다”고 떠올렸다.

로맥은 SSG 팬들에게 “한국에서의 경험을 인상 깊게 남겨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 경기장에 걸려있는 나의 유니폼, 팬들이 보내준 선물과 편지에 감사했다.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를 만큼 너무 감사하다. 평생 감사함을 간직하겠다”면서 “처음에 송도에 갔을 때 사인해달라거나 사진을 찍어달라는 분이 많았는데, 이후에는 이웃으로 대해주셨다. 음식점, 카페에 가도 그런 것이 느껴졌다. 편하게 해주셔서 감사했다. 제2의 고향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