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월31일 울산 동쪽 동해 공해상에서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가 헬멧과 고글을 쓴 취재진과 승조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국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갑판 함수에 설치된 스키점프대를 떠나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스키점프대 방식의 퀸 엘리자베스호는 한국형 경항모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퀸 엘리자베스호 트위터 캡처

국방부·방사청 경항모 보고서… 인원 440명, 2조6000억 원 규모 내년 하반기 설계 착수
‘조건부 타당’…핵심기술 확보 관리 방안 숙제, 공군 관리 F-35B 20대 탑재 예상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지난 1일 각각 완료한 경항공모함(경항모) 사업 연구용역 및 사업 타당성 보고서에서 “전구(戰區) 작전 자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유사시 미국 항모 부재에 대비하는 등 우리나라 전략적 자율성과 외교적 선택지를 넓힐 전략자산 확보 차원에서 사업이 필요하다”고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방사청의 사업 타당성 결과 보고서는 ‘미보유 핵심기술에 대한 위험관리 방안이 수립돼도 핵심기술을 어떻게 개발하겠다는 의결된 공식문서가 필요하다’며 ‘조건부 타당’ 결론을 내려 핵심기술 확보·관리 방안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연구보고서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올해 2월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한 뒤 해양전략연구소, 해양과학기술원, 서울대, 국방대 연구진이 7개월 연구한 최종 결과다. 정부가 요청한 2조6000억 원 규모의 사업예산이 올 연말 국회 심의를 통과하게 되면 내년 초 기본설계 기본계획서를 수립, 확정한 뒤 내년 봄 입찰을 거쳐 내년 6월 말 기본설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보고서 “경항모 미 항모 부재 등에 대비 가능”=국방부 연구보고서는 경항모 필요성에 대해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하고 동북아 국가의 해군력 강화 현실 속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유사시 방위·억제 능력 확보 수단이자 인도·태평양의 안보환경 변화에 구체적으로 대비하는 장기적 국방전략 일환이자 미래 전략자산으로 확보가 필요하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경항모의 군사적 효과와 관련 “평시에는 항모전투단은 막강한 군사력을 현시(顯示)해 북한 도발을 억지하고 전시에는 한미연합 항모강습 능력을 통해 전쟁 조기 종결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전구 작전의 자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분쟁(개전) 초기 미 항모 부재에 대비가 가능하며, 미국의 핵심이익이 존재하는 서태평양에서 연합임무 수행 시 한미동맹의 결속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동맹 기여도를 강조했다. 더불어 “미래전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복합전의 전략·전술 개발과 운영 교리 개발에 있어서 한국군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비군사적 효과와 관련 “신북방·신남방 정책 추진, 중견국 외교 등을 실현하기 위한 비전통 안보 분야 협력과 외교적 선택지의 확정을 위한 추동 전력이 될 것”이라며 “자국민 보호, 재해재난 구호, 테러 등 비전통적 안보영역의 역량 강화, 해상교통로의 안정적인 보호를 통해 경제통상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 파급력과 관련 “항모 건조는 세계적 수준에 있는 우리나라 조선·해운산업의 세계 선두 유지, 방산수출 및 기술발전 등의 기회 제공 수단이 될 것”이라고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조건부 타당’ 지적…핵심기술 확보 로드맵은 어떻게=군 관계자는 ‘조건부 타당’ 지적과 관련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제시된 의견은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사업 진행 과정에서 더 세심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은 사업 타당성 권고에 따라 내년 6월쯤 예상되는 기본설계 착수 전까지 공식문서인 ‘기본설계 기본계획서’를 작성해 사업 타당성에서 요구한 조건인 핵심기술관리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그동안 연구개발로 확보하는 첨단무기체계인 3000t급 잠수함 장보고 Ⅲ 사업과 장사정포 요격체계 등 일부 전력의 경우에도 핵심기술 개발과 병행해 탐색개발을 추진한 사례를 참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급변하는 미래 전장환경과 과학기술 발전 등을 주도적으로 전력 건설에 반영하고 피드백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대로라면 핵심기술 성능평가는 2024년 3분기까지 완료될 계획이며, 기본설계 시험평가가 예상되는 2025년 이전에 핵심기술 개발 결과를 피드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경항모 확보 비용 20조 원 대 2조6000억 원=국회 국방위에서 신원식 국민의 힘 의원 등이 경항모 확보 비용이 15조∼20조 원이 들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군 당국은 경항모 건조비는 2조600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해군 측은 “1990년대부터 해군은 구축함 18척과 지휘함 3척으로 구성된 기동함대 건설을 추진한 결과 현재 구척함 9척은 이미 확보해 운용 중이고, 나머지 9척은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돼 확보 중”이라며 “지휘함 3척 중 독도함, 마라도함 2척은 확보했으며 마지막 1척을 확보하려는 사업으로 경항모 확보에 따라 추가로 확보해야 할 구축함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군 관계자는 “경항모 건조비용을 기존에 중기계획에 재원이 할당돼 확보 추진 중인 구축함들과 헬기전력 등을 모두 포함시켜 20조 원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수직이착륙기는 공군전력 증강 차원에서 확보할 예정이며 재원은 앞으로 별도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35B 경항모 탑재 시 F-35A 효율성 비교 논란=일각에서는 경항모에 탑재될 수직이착륙기 F-35B가 1t급 폭탄 탑재가 불가능해 지하화된 전략 표적을 타격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북 전략타격 임무 수행에 효용성이 없다며 F-35A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해군 측은 “공군구성군사령부(공구사)가 발행하는 항공임무명령서(ATO)에 반영된 핵·미사일, 지휘통제 시설,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 등 북한 전략 표적의 다수가 지상에 있음을 고려할 때 F-35B 뛰어난 스텔스 능력을 이용해 0.5t급 폭탄 등으로 개전 초 북한의 지상전략 표적을 무력화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공위협이 감소된다면 필요시 F-35B도 F-15K, KF-16처럼 스텔스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외부에 벙커버스터급 폭탄 2발을 장착해 지하 전략표적 타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항모 필요성과 관련해 ‘F-35B는 벙커버스터급 미사일 장착이 불가해 대북 자산으로서 효용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F-35B의 태생적 장점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최고급 기능의 전투기를 평가절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군은 F-35B는 F-35A와 단순 비교 시 무장탑재 및 작전반경에서 능력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상비행장과 해상에서 상황에 따라 운용할 수 있는 5세대 전투기임을 강조한다. 특히 미 해병대가 2017년에 실시한 모의교전 결과 F-35B는 F-16과의 교전에서 1 대 24로 우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해군 작전사령관 제리 키드 제독은 지난 8월 30일 한국 국방위원회 위원의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 견학 시 “약 20대의 F-35B가 다른 함재기 42대와 같은 능력을 갖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참, 연합사, 공군작전사령부, 공구사가 항공기별 스텔스 기능, 비행 특성, 무장장착 능력 등을 고려해 F-15K, KF-16, F-35A, F-35B의 임무와 역할을 효율적으로 배합해 운용한다면 각 항공기의 전시 활용성과 기여도를 항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2021 MADEX 기간 현대중공업 부스에 선보인 경항모 모형도. 선수(船首)가 경사지게 올라간 스키점프대와 왼쪽 더블 아일랜드(함교), 갑판 폭이 30% 확장된 진화된 설계 방식을 채택한 게 특징이다.디펜스 타임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