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본 국회 앞에서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위해’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고 정부에 관련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구로베 무츠. 도쿄신문 캡처

■ 글로벌 포커스

환경운동가 툰베리 등 영향
18~24세 46% “반드시 투표”

“일본 Z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이슈는 ‘기후변화’.”

오는 31일 중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에서 평소 선거 투표율이 낮아 국정운영에 목소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던 청년층이 ‘다양성 담론’을 들고나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8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1995년 이후 태어난 일본 Z세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가장 중요한 정치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는 ‘기후변화’와 ‘젠더’다. 대학교 2학년인 구로베 무츠(黑部睦·20)는 2년 전 고등학생 시절 연수차 방문한 스웨덴 남부의 시청사 앞에서 본인과 동년배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농성을 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학교를 쉬면서 항의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을 보며 ‘나도 움직여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귀국 후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의 취지에 공감한 젊은이들이 시작한 ‘도쿄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Tokyo)’ 캠페인에 동참했다. 그는 의회 앞에서 ‘모두가 행복한(HAPPY) 미래를 위해’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고 정부에 관련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본 정치계는 표가 안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투표율도 낮은 청년 세대의 관심사와 애로사항에 크게 주목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청년들이 최근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미래와 밀접한 사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서 정치계에도 강력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청년층의 투표율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로베는 “정치권에서도 다양성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층에 특화된 마케팅 회사 ‘시부야109랩’의 나가타 마이(長田麻衣·30) 소장은 “(청년들은) 기후변화나 젠더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정당보다는 정치인 개인의 활동이나 그 배경을 보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회사가 지난 7월 18∼24세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향후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5.8%, ‘투표하고 싶지만 아직 모른다’는 답변이 32.0%에 달해 약 80%가 투표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도쿄신문은 “청년들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통해 ‘정치가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여기에는 최근 젠더에 관한 차별적 문제가 표면화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