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오늘 러 외무 만나고
文은 교황 만나 방북 등 타진

정부가 이번 주 연쇄 외교전을 통해 종전선언 추진에 ‘올인’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7일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는 러시아와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협조를 구한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9일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종전선언에 대해 한국과 입장 차가 있음을 밝히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이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종전선언 올인 외교를 고집하면서 한·미 엇박자 확대, 북한 도발 방조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한다. 양측은 한·러 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국제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인데 이 중 핵심 의제는 북한 문제다. 정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러시아의 지지와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4일 러시아 측 북핵수석대표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교차관은 러시아에서 열린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회담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신뢰 구축 조치로써 높이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로 떠나는 문 대통령은 29일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을 갖는다. 임기 종료 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주력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종전선언 필요성을 설득하면서 교황의 방북 가능성 등을 타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면담 일정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동행할 예정이어서 교황청과 대북 메시지를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

종전선언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상황에서 외교 역량을 종전선언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외교 전략 부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기가 반년 남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 업적 남기기에 몰두하느라 한·미 동맹 약화는 물론 북한 추가 도발 빌미를 제공해 차기 정부에 오히려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