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27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건물로 출근하기 위해 관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 공수처, ‘고발사주’ 부실 수사

수사 관계자 ‘윗선지시’ 내비쳐
법원, 129자의 영장 기각 사유
무리한 인신 구속 수사에 제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손준성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구인영장이 지난 25일 오전 발부되었음에도 ‘상부 지침’에 따라 영장 청구 및 구인영장 발부 사실을 당일 오후 늦게야 변호인에게 통보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아울러 법원이 129자로 조목조목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하면서 공수처가 무리한 인신 구속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7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23일 청구한 뒤 25일 오전 구인영장이 발부됐으나 언론에 알려지기 직전인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변호인에게 영장 청구 및 구인영장 발부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시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팀 내부 방침에 따라 통보가 늦어진 것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바로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내부 방침’은 윗선의 지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침해한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 역시 체포영장 기각 사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비교적 긴 이유를 들어 기각함으로써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 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영장기각사유를 짧게 쓸 수도 있었지만 비교적 긴 문장으로 지적한 것은 공수처에 영장청구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주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 출신의 한 인사는 “이미 압수수색이 완료돼 증거 인멸 가능성이 적고, 현직 검사로 재직 중인데 도망 우려 역시 굉장히 낮다”며 “체포영장이 기각된 이후 사흘 만에 수사가 진척됐을 리 만무한데, 인신 구속이 얼마나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인지를 법원이 공수처에 가르쳐 준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날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추후 손 검사에 대한 조사와 증거 보강 등을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페이스북에 “사법부가 공수처의 속 보이는 정치공작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상처를 입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치졸한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은지·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