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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이란 말을 들었을 때 커다란 항아리를 떠올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병을 떠올리는 이도 있다. 전자는 틀림없이 나이나 들었거나 전통 속에 사는 이일 것이고 후자는 요즘 사람일 것이다. 본래 전통적인 간장은 전자를 가리키는 것이고 후자는 일본에서 들어온 양조간장 ‘쇼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조선간장과 왜간장으로 구별하니 둘은 비슷하되 다르다. 그런데 간장과 그것의 원료가 되는 된장은 단어의 뜻을 곱씹어 보면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간장은 ‘간’과 ‘장(醬)’이 합쳐진 말인데 ‘간’은 짠맛을 내는 물질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고 ‘장’ 자체가 간장을 뜻하기도 하니 이 둘이 어우러지면 의미가 복잡해진다. 따라서 이때의 장은 아무래도 콩을 삶아 메주를 빚고 이를 발효시켜 만든 것을 가리키는 말로 봐야 한다. 여기에 소금과 물을 더해 진하게 우려내고 숙성시키면 짭짤하고 구수한 간장의 맛이 완성된다.
조합이 이상하기는 된장도 마찬가지다. ‘된장’의 ‘된’은 ‘되다’에서 온 말이고 ‘되다’는 물기가 적어 빡빡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된장’을 말 그대로 풀자면 ‘물기가 적어 빡빡한 장’이 된다. 이때도 역시 장은 간장이 아닌 메주로 만든 재료 자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굳이 ‘된장’이라고 할 이유가 없는데 간장을 우려내고 남은 것을 간장과 대비해 된장이라 한 것이다.
조선간장과 왜간장은 만드는 방법과 맛이 다르지만 겉으로는 구별되지 않는다. 된장은 색과 모양 때문에 똥과 짝을 이룬 속담에 흔히 등장한다. 속담과는 별개로 맛을 보지 않아도 똥과 된장은 구별되니 다행이다.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구별이 안 되는 간장이다. 많은 이가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는 시절이다. 저마다 눈, 코, 귀, 입을 동원해 진짜 된장을 구별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맛까지 가늠해 국과 반찬 중 어디에 써야 할 간장인지 가려내야 할 때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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