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년만에 찾아온 너… 어려서도 커서도 언제나 ‘행복의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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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귀염둥이 아들 수민

2007년 10월 8일 낮 12시 10분! 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큰 울음소리를 내며 세상과 처음 만난 너. 네가 벌써 세상 무서울 게 없다는 중2가 됐구나.

네가 생후 100일 동안 밤낮이 바뀌는 바람에, 엄마 아빠는 예상치 못한 2교대 밤샘 육아를 해야 했어. 그래도 결혼 6년 만에 우리 곁을 찾아온 넌 정말 예쁜 천사였어. 네가 숨 쉬고, 웃고, 우는 순간조차도 우리 가족에겐 행복이었단다.

한창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넌 늘 “엄마가…! 엄마랑…! 엄마도…!”를 입에 달고 다니며 엄마 옆에 딱 붙어 심하게 낯을 가렸지. 그런 네가 전교 회장을 하며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몰라. 그래도 중학교 입학할 때까지 엄마가 재워줘야 잠들 수 있다며 아빠와 실랑이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그래서 엄만 더 행복했던 것 같아.

돌이켜보니 그땐, 수민이가 아빠와 감정적으로 자주 부딪히는 게 속상하고, 혹시라도 아빠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어. 지금은 아빠 덕분에 네가 야구를 좋아하게 되고, 아빠와 단둘이 여행도 즐기게 됐지. 이젠 엄마보다 아빠와 대화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 만큼 엄마보다 동성인 아빠와 더 호흡이 잘 맞는 거 같아. 이건 엄마가 아빠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인 것 같구나.

수민이는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이모들 생신도 잘 챙기고 온 가족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덕분에 마음 따듯한 아이로 잘 자란 것 같아. 친구들과의 우정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을 사랑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더 크고 험난한 세상에 나아가서도 네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킬 수 있는 강함과, 너를 필요로 하는 일에 망설임 없이 행동하는 사람으로 계속 살아갔으면 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에게 하루 백 번의 뽀뽀를 해달라고 조르던 너였는데 이젠 어색해진 걸까, 무심해진 걸까? 어쩌면 항상 네가 다정하고 딸 같은 아들이길 바라는 엄마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굵어진 목소리, 가끔 내뱉는 퉁명스러운 말투, 귀차니즘에 빠진 듯한 일상의 모습들. 엄마는 아직 사춘기 네 모습이 적응이 잘 안 되지만, 그래도 이젠 아빠와 견줄 만큼 큰 키에 엄마보다 10㎏이나 더 나가는 체중으로 엄마의 무거운 짐도 들어주고, 재활용 분리수거도 도와주고, 또 가끔 엄마가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가져다주는 멋진 아들! 이 정도면 우리 아들 정말 최고라고 엄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어.

14번째 생일을 맞는 수민아, 너를 누구보다 사랑하시는 개봉동 할머니께서 지난해만 해도 네가 좋아하는 밤밥과 맛있는 반찬을 차려주시며 “수민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 하셨는데 지금은 병원에 계시니, 이번 생일엔 할아버지랑 함께 식사하고, 할머니 뵈러 가자꾸나. 훌쩍 큰 너를 보시면 너무 놀라고 반가워서 눈물을 글썽이실지도 몰라. 그럼 너도 할머니 손 꼭 잡으며 얼른 회복하시고, 집으로 오셔서 수민이 좋아하는 거 만들어 달라고 말씀드리렴.

수민아,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중학교 생활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많아 안타깝지만 남은 시간을 소중하고 알차게 보내면 좋겠어. 네가 앞으로 이룰 꿈을 찾고, 네게 둘도 없는 친구를 만드는 시간이면 좋겠어. 무얼 하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그런 학생으로 중학교를 마무리하면 좋겠어.

사랑하는 수민아, 갈수록 공부하는 게 힘들어지고 많이 지치기도 할 거야. 그땐 엄마 아빠가 곁에서 네가 다시 힘낼 수 있게 지켜줄 테니 우리 항상 서로를 믿고 많은 걸 공유하자!

오랜만에 불러보는 귀염둥이 수민아, 생일 축하해!!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고, 네가 있어 행복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쭈∼욱 그렇게 지내자!

아들만 생각하면 행복한 엄마, 민영희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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