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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것질거리 하면 앞머리에 떠올리게 되는 과자는 누구나 안다. 곡물의 가루를 반죽해 굽거나 튀겨낸 것이 그것인데 그 범위를 정하고 종류를 구별해 보라고 하면 당황하게 된다. 한자어 ‘과자(菓子)’는 본래 과일 모양으로 빚은 음식이어서 만들어진 이름이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다. 대신 그 기원에 따라 우리의 한과(漢菓), 서양의 양과(洋菓), 일본의 화과(和菓) 등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한과’에 쓰인 한자가 중국의 한나라를 가리키고 있으니 당황하게 된다. 한자를 살짝 바꾸어 ‘韓菓’로 쓰기도 하는데 그렇더라도 유과, 강정, 산자, 다식, 정과, 엿 등을 다 아는 이가 드물어졌으니 과연 우리 과자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과줄’까지 끼어들면 더 복잡해진다. 17세기에나 문헌에 등장하는 과줄은 고유어로 보는데 과자와 형태가 유사하고 가리키는 대상도 지역에 따라 유과와 산자가 겹치기도 하니 알쏭달쏭하다.

서양의 과자에 이르러서는 더 복잡해진다. 우리가 과자라 뭉뚱그려 부르는 것들은 쿠키, 비스킷, 크래커 등으로 구별된다. 쿠키는 본래 작은 빵이라는 뜻이고, 비스킷은 두 번 구운 빵이라는 뜻이니 빵과 과자의 구별도 모호해진다. 게다가 이런 음식들을 통틀어 스낵이라고 부르니 우리 머릿속의 스낵 개념과 혼동되기도 한다.

추석이나 설날에는 한과가 반짝 인기를 얻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구경하기 힘들다. 갖가지 색과 모양에 달콤함이 더해진 화과는 여행 선물로 가끔 눈에 띈다. 결국 편의점과 마트를 점령하고 있는 것은 쿠키, 비스킷, 크래커 등이다. 강정이나 산자를 접하며 과자라 여기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다식을 보고 그것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이는 또 얼마나 될까. 사라져 가는 것들이 아쉽지만 그래도 명절에나마 접할 수 있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