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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前 방위사업청 단장

“국민 80~90%가 필요성 지지
한국은 세계원자력기술 5위”

“임기1년 안남았는데 설계 안해
北 SLBM개발 우리안보 위협
생존문제…美와 적극협상 해야”

“우리 국민의 핵추진잠수함(핵잠) 확보 필요성에 대한 지지는 80∼90%에 이를 정도로 높습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약 1년 남겨놓은 시점에 조선소에서 핵잠 건조를 위한 기본설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없으니 대통령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국내 잠수함 분야 최고 권위자로 방위사업청 잠수함사업단장을 지낸 문근식(63·사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겸 대한민국잠수함연맹 부회장은 2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2017년 4월 대선후보 방송기자 초청토론회 당시 ‘핵잠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고, 이를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며 “당시 보수인 박근혜 정부보다도 더 강력한 안보공약으로 인식돼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데도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핵잠 건조에 가장 중요한 ‘국가적 의지’ 문제는 대통령이 공약으로 공언했는데도 임기 종료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도 함정 기본설계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며 “핵잠 건조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기만하게 될 경우 국민의 원성이 클 것”이라며 ‘핵잠 건조 공약 준수’를 요구했다.

지난 15일 미국이 영국·호주와 맺은 새 안보동맹 ‘오커스(AUKUS)’ 출범식에서 처음으로 핵 비보유국인 호주에 핵잠 기술이전 계획을 내놓으면서 국내에서도 미국을 설득해 핵잠 보유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교수는 “2017년 당시 여·야·정이 한목소리로 핵잠 도입을 주장했던 것은 북핵 문제와 더불어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해 우리 안보를 위협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핵무기용 플루토늄 분리와 우라늄 농축 및 다른 활동들에 대한 작업을 전속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밝혔고, SLBM 탑재 핵잠 건설에도 속도를 내는 만큼 우리 국가 생존의 문제인 핵잠 개발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세계 원자력기술 수준 5위로 원자로를 제작해 수출하는 국가로, 잠수함도 독자 건조기술을 완비해 문제가 없다”며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도 핵무기를 만들 수 없는 수준의 우라늄 농축도 20%로 군함의 추진체에만 사용한다면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 공동의 목표이며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므로 협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