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출근하는 김진욱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지휘하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孫이 전달한 정황만 포착하고
직접 썼거나 시킨 단서 못찾아

박범계 “고발장,정보축적 필요
대검이 사찰·정보수집했을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이른바 ‘야당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 압수수색과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야당에 넘긴 고발장을 누가 작성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지난해 총선 직전 야당에 고발장을 넘긴 당사자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으로 사실상 특정했지만 고발장 작성 주체를 확인하지 못할 경우 핵심 의혹인 윤 전 총장 개입 여부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지난 10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손 검사의 휴대전화 등 압수물에서 고발장이나 고발장에 담긴 내용 등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씨 휴대전화의 텔레그램 속 ‘손준성 보냄’이 손 검사의 실제 텔레그램 계정 프로필과 일치한 점에 근거해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조 씨가 텔레그램 대화방 단순 캡처 파일이 아닌 여전히 대화방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손쉽게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손 검사가 고발장 전달 주체로 드러나더라도 이를 작성했는지 여부는 별개 문제다. 현재 손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직접적인 정황은 드러난 게 없다. 또 파일 형태가 아닌 출력본을 찍은 사진으로 유통된 점도 공수처 수사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파일이 아닌 출력본의 경우 눈에 보이는 정보가 전부이기 때문에 작성 주체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또 지난해 4월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관련 물증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의 핵심인 윤 전 총장 개입 여부는 고발장 작성자가 먼저 확인이 돼야 가능하다. 손 검사가 근무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업무용 PC에선 유의미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손 검사의 휴대전화도 지난해 4월 이후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 (고발장) 전달만으로 본류 수사는 불가능하다”며 “손 검사가 직접 또는 지시를 받아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져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한 수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 씨가 제보한 고발장에 대해 “강력한 수사 단서라고 생각한다”며 “고발장은 단순히 고발을 위한 것을 넘어서 상당 정도의 정보가 축적되지 않고서는 고발장을 작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씨의 말로 돌아가면 (대검의) 사찰 내지 정보의 수집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윤정선·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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