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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필레몬(27·프랑스), 이보람(여·35)

2018년 5월, 저(보람)는 프랑스 유학 중이었습니다. 하루는 친구와 센강에서 피크닉 중이었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킁킁거리며 다가왔어요. 뒤에서 주인이 뛰어왔습니다. “미안해요, 놀랐죠?”라고 묻던 사람이 필레몬이었죠.

알고 보니 필레몬은 비빔밥을 파는 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였어요. 반가운 마음이 들어 번호를 묻는 필레몬에게 흔쾌히 알려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나 차 한잔하고 헤어졌는데, 바로 문자가 왔어요. ‘우리 또 언제 만날까?’라고요.

이틀 뒤, 한국 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었어요. 그런데 밥을 먹는 도중 실례인 줄 알면서도 친구와 길게 통화하게 됐죠. 진지한 연애 상담이라 끊을 수가 없더라고요. 필레몬이 통화 내용을 궁금해하길래, 프랑스와 한국의 연애 문화 차이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죠. 한국에서는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사귈래?’라고 먼저 묻는다고 했더니, 필레몬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때 필레몬 표정이 지금도 기억나네요. 하하.

식사 후 산책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때 필레몬이 나이는 어려도 생각이 깊고 어른스럽다고 느껴졌어요. 그러다 저의 집 앞에 도착했는데, 필레몬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뽀뽀해도 괜찮아?”라고 하더군요. 그 질문이 너무 귀여워 괜찮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내가 이 사람에게 마음이 있구나’라고 깨달았죠.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어요. 문화 차이가 있지만 잘 극복하며 예쁜 만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9년 한국에서, 2021년 프랑스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제 박사 논문이 끝난 후에는 아이를 가질 계획이에요. 결혼 서약에서 했듯, 어떤 시련과 어려움이 와도 함께 폭풍 속에서 노 저어가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