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인터뷰 - 대전 체육계 ‘키다리 아저씨’ 이건표 운사모 회장

‘1만원 회비 원칙’ 고수 이유

‘만 원의 기적’. 이건표 운사모(운동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왜 회비가 1만 원밖에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운사모 회비는 매월 딱 1만 원씩이기 때문이다.

보통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 단체는 여력과 뜻이 있는 일부 회원이 큰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운사모는 다르다. 좋은 뜻에 써달라며 더 많은 금액을 내고 싶다는 회원도 있지만, 운사모는 1만 원을 고수한다. 이 회장은 “처음엔 10만 원씩 내겠다는 분들도 있었다”면서 “좋은 뜻이지만, 회비를 강제할 수 없는 비영리단체이고, 매월 꾸준히 낸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1만 원 원칙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운사모는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기에 금액을 많이 책정하면 떠나는 분들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아울러 꾸준히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1만 원 운영방침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모인 전체 회비는 100% 학생선수의 장학금으로 쓴다. 그리고 매년 열리는 총회에서 세금계산서, 영수증, 입금 내역 등을 낱낱이 공개한다. 기부의 투명성을 보증해야 더 많은 회원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회비를 ‘스포츠 꿈나무들에게 쌓는 정기적금’이라고 여긴다”면서 “고액 기부금보다는 작지만, 많은 사람이 참여할 때 나오는 큰 힘의 효과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국체전, 소년체전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경기장을 찾는다. 한 번도 체전 참석을 거른 적이 없다.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들이 꿈을 접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운사모는 내 일생의 전기가 됐고 ‘대전의 운사모 장학생이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듣고 싶다”면서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일생을 마칠 때까지 운사모를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회원, 국민의 격려와 응원에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 회장은 “운사모가 체육계에 보탬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책임감을 지닌 분들, 회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회장을 맡고 있지만, 운사모의 진짜 주역은 회원들이다. 그리고 운사모 회원이 되고 싶다는 분이 많아져 든든하다. 모든 분께 절을 드린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