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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장

요즘 최고 화제 드라마 ‘D.P.’는 ‘국방부를 불편하게 하는’ 드라마라는 웃지 못할 이름을 얻었지만 실은 우리 모두를 불편하게 한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인 드라마는 탈영병을 잡는 육군 헌병 ‘군무이탈자 체포조(Deserter Pursuit)’ 이야기다. 군내 가혹 행위와 폭력 때문에 탈영하는 평범한 청년들 그리고 이들을 쫓는 역시 평범한 청년 D.P. 이 두 갈래 이야기가 빈틈없이 엮여 치달아가면서 착하고 선한 청년이 폭력 속에서 어떻게 피해자가 되고, 결국 괴물로 폭주해가는지를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보여준다. 군 폭력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군대에 대한 우리의 대중 서사는 ‘진짜 사나이’ ‘강철부대’ 같은 일종의 추억팔이 예능에 머물러 왔다. 또 군대 등 한국 사회의 폭력을 담은 독립영화가 몇 편 있긴 했지만 이를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는 ‘D.P.’가 처음이다. 사건이 아니라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살아 움직이는 서사의 흡인력과 소구력, 그 힘이 놀랍다. 창작자에게 자유를 무한 허용하는 넷플릭스다운 작품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가 이제야 군 폭력 문제를 사회부 뉴스가 아닌 대중 서사로 만들어 함께 보는 단계가 된 것일 수도 있다.

배경은 ‘윤일병 사건’이 일어난 2014년, 군대도 변했다며 현실과의 거리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드라마는 개개의 구체적 현실을 딛고 더 큰 이야기를 준비한다. 군대뿐 아니라 숱한 물리적·정신적 폭력이 벌어지는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드라마의 메시지는 착하고 선한 조석봉 일병의 “다 알고 있었잖아” “방관자들”이라는 대사에 담겨 있다. 드라마는 내내 “내 문제가 아니니 모른 척하지 않았느냐”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당신은 무엇을 했냐”고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때마침 나온 캐서린 샌더슨 애머스트대 심리학과 교수의 ‘방관자 효과’는 바로 이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침묵과 방관, 무관심이 일으키는 나비 효과에 주목해 행동보다 침묵을 택하는 메커니즘을 파헤친다. 저자에 따르면 본능적으로 무리에 속하려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는 안도감에, 주변의 부추김에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발을 들여놓다 어느새 도덕적 기준에 대한 감각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저자는 우리에게 일상에서 도덕적 저항가가 되라고 주문한다. 숙제를 베끼려는 학급 친구를 말리고, 사무실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제지하며, 그룹 안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을 알리라고 조언한다. 흥미로운 건, 최근 들어 샌더슨 교수처럼 개인의 도덕과 윤리에 호소하는 저작들, 담론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민주주의를 필두로 집단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극단주의로 휘둘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각성과 감각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인 듯하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D.P.’ 한준희 감독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우리에게 던진 주문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누군가를 방관한 적이 있었나. 지금은 그러지 않나.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이라도 하고 있는가. 엄청나게 거창하지 않지만 이 시대 개개인들에게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