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과의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이 시행된 지 이제 한 달. 기대 속에 시작된 트래블 버블 여행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입니다. 인천∼사이판 항공노선이 운항을 재개한 지난 7월 24일부터 한 달여 동안 사이판행 항공기를 탄 트래블 버블 관광객은 42명에 불과했습니다.

트래블 버블이 시행됐다지만 해외여행은 아직 쉽지 않습니다. 트래블 버블 여행도 백신 접종을 모두 완료해야 하고, 단체여행객만 가능합니다. 여행 전후로 최소 다섯 번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고도 활동 제약이 적잖습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여행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습니다. 자국의 확진자 발생 추이에 따라 규제를 강화하는 곳도 있지만, 그래도 통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7월 1일부터 백신 접종자의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푸껫 샌드박스’ 프로그램을 운용해온 태국은 지난달 16일부터 푸껫에서 7박을 머무른 외국인 관광객들이 끄라비나 팡아 등에서 7박을 추가해 총 14박을 연계 체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은 돈을 쓰라’는 취지입니다.

감염 확산 우려에도 여러 나라가 관광객 유치나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 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폭발적으로 커질 해외여행 시장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입니다. 최근 우리 방역 당국도 이른바 ‘위드 코로나’ 적용 검토를 공식화했습니다. 일일 확진자나 감염 경로 추적 방식에서 벗어나 위증중환자를 중심으로 관리하며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위드 코로나를 적용한다면 ‘특별여행주의보’는 해제될 수 있겠지요. 이제 위드 코로나 이후 관광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입국 허용 국가 선별 기준을 정하고 국가별 맞춤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이미 풀기 어려운 숙제는 던져졌습니다. 중국산 백신은 미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고, 앞으로도 받을 가능성이 없습니다. 미국이나 서방국가들이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게 격리 없이 국경을 개방할 리 없고, 반대로 자국민을 격리 없이 받아주지 않은 나라를 중국이 받아줄 리도 없어 보입니다. 여기다가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의심받고 있는 중국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 관광시장의 가장 ‘큰손’인 중국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포스트 코로나 관광정책에 주어진 첫 번째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