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아프간 조난 당시 바이든 2008년 2월 20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네 번째) 당시 미 상원의원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나중에 각각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첫 번째), 존 케리(오른쪽 첫 번째) 상원의원도 당시 아프간 방문에 동행했다. 미 국무부 자료사진

아프간 외딴 계곡 불시착했을때
구조작전 도왔던 현지인 통역사
가족들과 함께 모처에 은신 중

탈출 못한 조력자만 수천명 추정
난민 수만명 재정착 여부도 난제
성급한 철수 놓고 책임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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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했지만 수천 명 규모의 현지 조력자는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13년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의 외딴 계곡에 불시착했을 때 그의 구조를 도운 현지인 통역사도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탈레반이 조력자들에 대한 보복 등 본격 강압 통치를 시작하면 미국의 책임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는 아프간 난민들의 미국 내 재정착 문제도 바이든 대통령을 괴롭힐 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자신을 ‘모하메드’라고만 소개한 이 아프간 통역사는 “나와 내 가족을 구해달라. 날 잊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WSJ에 보냈다. 지난 2008년 2월 36세였던 모하메드는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눈보라로 인한 기상 악화로 아프간 외딴 계곡에 비상 착륙했을 때 구조 작전에 참여했다. 이때의 사고는 바이든 대통령도 앞서 여러 번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존 케리, 척 헤이글 등과 함께 조난을 당했고, 이번 아프간 철군을 주도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함께 구조됐다.

당시 그 계곡은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36㎞ 떨어져 있던 곳으로, 탈레반이 점령했던 곳은 아니었지만 탈레반의 공격도 가능한 곳이었다. 모하메드는 통역뿐만 아니라 작전이 수행되는 동안 주변 주민들을 설득하고 통제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가 아내, 4명의 자녀와 함께 카불에 남겨졌다. 현재 그는 탈레반을 피해 모처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아프간 조력자를 국외로 빼내는 데 전념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모하메드)을 구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아프간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미국의 현지인 조력자는 수천 명 규모로 추정된다. 앞서 탈레반은 “보복은 없다”고 천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도 아프간 난민 재정착이라는 난제를 갖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미군이 대피시킨 아프간인만 해도 7만3000명 이상인 가운데 이들을 미국 사회에 어떻게 안착시키느냐는 큰 고민일 수밖에 없다. 5만 명가량의 아프간인은 비자가 없는 상태로 미국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정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들의 정착은 기부에 의존해야 한다. 당장 공화당 등 반이민 세력의 공세가 거세다. 공화당 일부 의원은 대통령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대통령직 사퇴나 탄핵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사키 대변인은 “난민 유입을 우리 스스로 멈추거나 막을 순 없다”며 “(이주민 유입이) 미국 구조의 일부라는 걸 (국민에게)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