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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국회의원 평균 연령 54세인데
36세 未生 국가서열 8위 올라
기득권 정치인에겐 퇴출 선고

리스크는 구태 정치 답습 때문
정권교체 통해 소명 이루려면
스윙보터 후보 지지 끌어내야

‘이준석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정권교체 가능성이 50% 이하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1야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보수를 넘어 한국 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지 불과 82일 만이다.

이준석 리스크는 이준석 체제 등장 때 이미 예견된 것이다. 이준석은 기득권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적 선택이 아니다. 이준석은 국민이 직접 선택한 ‘정치의 미래’다. 국민 평균 연령 만 40.2세, 국회의원 평균 연령 만 54.8세인 사회에서 36세의 ‘정치적 미생’이 국가서열 8위에 오른 건 한국 정치 최대의 이변이다. 반공 보수, 산업화 보수 세력에 주요 선거 4연패를 안겨준 국민이 이제는 무능·오만·내로남불 진보 세력에 질려 ‘기득권 정치를 갈아엎어야겠다’는 열망을 표현한 것이다. 그 첨병은 강남 좌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불공정에 등을 돌린 20·30대다. 그들은 이준석의 능력주의에 공명했다. 진보조차 공정을 외면한 시대에 그나마 시험에 기반한 능력주의가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 데 이어 이준석 대표 당선을 계기로 단숨에 정치 중심부로 진입해 차기 대선의 구도를 바꾸고 있다.

국민의힘에 이준석의 등장은 ‘제국주의 시대 볼셰비키 혁명은 자본주의의 가장 약한 고리인 러시아에서 발생한다’는 레닌 예언의 실현이다. 기득권 정치의 가장 약한 고리는 국민의힘이다. 당 대표 경선에서 이준석의 국민 여론 지지율은 2∼5위를 차지한 나경원(4선), 주호영(5선), 조경태(5선), 홍문표(4선) 후보의 지지율 합계보다 무려 17%포인트 높았다. 의정활동 기간 합계가 72년인 4명의 중진의원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3번 내리 낙선해 국회 본청도 출입증을 발부받아 뒷문으로 들어가야 했던 이준석에게 완패한 것이다. 이렇듯 이준석의 부상은 곧 기득권 정치인의 퇴출 선고다.

이준석 리스크의 책임과 극복은 이준석의 몫이다. 이준석이 정치의 신새벽을 알리는 젊은 수탉에 점지된 데는 그의 자질과 분투가 없지 않았다. 그는 보통 사람들처럼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말과 글로 분명하게 표현했다. 복심과 측근의 입을 빌리지 않았고 하나 마나 한 답변 따윈 없었다. 그는 하버드대를 나왔지만 서울 변방인 노원구에 살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의도로 출퇴근했다. 대표 경선에서 그는 캠프도, 선거용 차량도 없었고, 수천만 원씩 드는 문자 메시지도 이용하지 않았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준석의 ‘평범함’이 ‘비범한 새로움’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비범한 권력을 가진 특권층이 일상에서 특권을 추구하지 않고 일반 국민처럼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역사의 발전이자 시대적 요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부상의 근본 동력은 개인적 역량이 아니라 국가와 기득권 정치와 현실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좌절, 분노와 환멸이다. 그런데 대표가 된 이후 기득권 정치의 구태를 답습했다. 대선 후보 경선 관리에서 대표 권한을 행사하려는 시도, 원희룡 후보와의 윤석열 후보 관련 통화 내용 공개, 선거관리위원장 인선 논란 등으로 리스크를 자초했다. 최근 인터뷰에선 “대표가 자기 정치 해야죠”라고 발언한 데 이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대표의 공천권 행사야말로 대표적인 구태 정치고 그래서 공천 시험 도입까지 거론한 것이 본인이다.

막스 베버는 소명의식을 가진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의 신념윤리가 세대교체와 세력교체라면, 책임윤리는 정권교체다. 차기 대선은 진영 간 전쟁이다. 따라서 무당파, 중도층, 20·30대, 수도권 유권자 등 스윙 보터가 승부를 좌우한다. 이준석은 당 대표 경선에서 그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제 그들이 이준석이 아니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도록 책임윤리를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대표가 대선 후보 앞을 가리면 안 되는 이유고 ‘자기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근거다. 이준석은 국민의힘을 대선 플랫폼으로 만들어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도록 하겠다는 대표 경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한국 정치의 미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