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온더’의 바닐라 브리오슈 속(위 사진)과 겉모습.

‘온더’ 바닐라 브리오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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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조금씩 물러가면서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던 이들이 점점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갈아타는 요즘입니다. 디저트와 함께 곁들이기 좋은 음료로 커피보다 홍차류를 추천하는 저이지만 유독 버터 함량이 높은 브리오슈나 크루아상을 떠올리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버터가 가지고 있는 유지의 풍성함과 고소함이 향과 산미가 섬세한 스페셜 티 커피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거든요. 조금 더 강한 에스프레소 샷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에그타르트와 함께 곁들여 드시면 무척이나 황홀한 조합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은 특히 독특한 맛의 노트를 가지고 있는 원두를 내릴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디저트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폭신한 브리오슈 속에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 가득 차 있는 조합은 누구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기본값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파티시에가 고민을 더해 자신만의 차별점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이런 점이 부티크 디저트숍의 반짝임이 아닐까 합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작은 보물 ‘온더(on the·溫度)’의 파티시에인 이건호 셰프가 해석한 바닐라 브리오슈가 완성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일반적인 브리오슈에 크림을 더해 테스트하니 풍미의 완성도는 만족스럽지만, 여타 슈크림이 들어간 제품들과 큰 변별력이 없어 고민하게 된 것이죠. 그 결과 ‘퀸아망(kouign amam)’의 캐러멜라이즈 된 바닥과 사이드 부분을 떠올리게 됩니다. 퀸아망은 겹겹이 버터 향 가득한 층을 낸 페이스트리를 접어 바닥면을 설탕을 더해서 캐러멜라이즈 해 내부는 촉촉하지만 겉면은 달콤하고 바삭한 이면적인 효과를 낸 제품입니다. 바로 이 지점을 이 파티시에는 포인트로 잡고 ‘바닐라 브리오슈’를 완성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크기의 성형된 반죽과 비교했을 때 바닥의 황설탕이 제대로 녹아 캐러멜라이징 되게 하기 위해서는 굽는 시간을 더 오래 줘야 하는데, 그러면 자연스레 내상의 수분감이 빠져나가 전체적으로 건조해진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부에 채워준 바닐라 크림이 빵을 전체적으로 촉촉하게 해 줘 이 부분이 해결됐습니다. 빵의 내부가 크림의 수분감을 많이 흡수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커스터드 크림의 레시피에서 지탱성을 담당하는 전분과 밀가루의 양을 줄였습니다.”

처음에 우연히 신제품으로 덥석 집어 들었던 바닐라 브리오슈를 사무실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훌떡 다 먹어버렸던 저는 매번 동선이 맞을 때마다 미리 전화로 바닐라 브리오슈의 재고를 확인한 후 가게로 달려가곤 합니다. 구움과자류와 크루아상 같은 비에누아즈리, 그리고 아주 섬세한 향과 맛을 가진 갸토(무스 케이크류)들과 바브카 등을 만드는 온더는 작지만 옹골찬, 또 아주 소중한 디저트 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단골 디저트숍들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마음먹고 디저트를 사러 나오는 설렘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소한 행복이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즘이니까요.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14길 23 1층

화∼토, 11:30∼18:00 / 일·월 휴무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