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노기도(가운데) 경감과 해양경찰이 된 그의 두 아들 성찬(왼쪽)·성환 씨.

두 아들 노성찬·성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장구를 치며 “나도 커서 해양경찰이 될 거야”하던 너희들이 어느새 성장해 아버지와 함께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 구조대가 됐구나. 아직도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 눈에 선한데 늠름하게 구조대원이 돼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한 마음이 들다가도, 타지에서 들려오는 각종 해양사고 뉴스를 보면 너희들 걱정에 덜컥 가슴부터 떨려온단다.

사실 부모라면 사고현장에 출동한 자녀들에게 “빨리 나오라”고 해야겠지만 아버지는 차마 그 말은 할 수가 없구나. 촌각을 다투는 사고현장에서 자신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구조대원의 임무는 완수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30년 동안 현장에서 배웠다. 자식의 무사 안전을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과 구조대원으로서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선배의 마음 사이에서 나도 늘 갈등이 많단다.

하지만 우리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 전에 해양경찰 선배로서 희생하는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구조대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가끔은 냉정한 조언을 하는 아버지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해줬으면 한다.

해양경찰이 되겠다며 일찍이 특전사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치고 시험준비 기간에도 안전요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공부하던 큰아들, 아버지처럼 독도를 지키고 싶다던 꿈을 이루고 내가 근무했던 동해 경비함정 5001함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재간둥이 막내아들. 너희들은 나의 가장 큰 보물이고, 내 삶을 이끌어가는 버팀목이란다.

요즘 같은 시기에 직장 선배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혹여나 동료들 사이에서 눈총을 받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당당하고 씩씩하게 구조대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함께 근무하는 동료 해양경찰들에게 또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단다.

해양경찰에서는 이례적으로 삼부자가 특임경과(특공, 구조직별)로 근무하고 있기에 남들보다 큰 부담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만큼은 냉철한 판단으로 위기 또한 기회로 극복해 나가는 마음가짐을 스스로 키워나가야 한단다.

아들아! “우리는 바다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양경찰”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현장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국민 생명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구조대원이 되길 바란다. 임무를 다하는 그날까지 부디 안녕하거라. 노기도

중부지방해양경찰 특공대장(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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