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종수 상무가 지난 22일 경기 여주의 이포CC 부부 동반 라운드에서 76타를 적어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수 제공

■ 회계법인 성지 부동산금융본부 김종수

2010년 외국출장중 난생 첫 필드
7번 아이언만 휘두르고 뛰어다녀
귀국후 본격 입문 매일 아침 맹훈
1년여만에 90타, 또 1년뒤 ‘싱글’

홀인원 없지만 생애 최저타 75타
주2회 잦은 라운드 이해하는 아내
동반자·지인들이 ‘부처’라 불러
유학후 골프교육 관련 창업이 꿈

김종수 회계법인 성지 부동산금융본부 상무는 20년 차 회계사다. 그런데 김 상무의 지인들은 그의 아내를 ‘부처’로 부른다. 김 상무의 아내는 골프가 남편의 업무 효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잦은 골프모임과 라운드를 모두 이해한다. 그리고 얼마 전 부부골퍼가 됐다. 김 상무의 적극적인 권유로 아내는 최근 골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놨다.

지난 23일 광화문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김 상무는 “이젠 아내와 함께 골프장에서 주말을 보내곤 한다”며 “아내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골프를 즐기고, 그 경험을 골프여행기로 출간하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2010년 여름 중국 톈진(天津) 소재 회사를 실사하기 위해 출장을 갔다. “여기까지 와서 일만 하다 돌아갈 거야? 7번 아이언을 한 번이라도 잡아봤다면 함께 라운드하자”는 그 회사 사장의 제안에 이끌려 필드로 나갔다. 급하게 골프화를 샀고 나머지 장비는 빌렸다. 몇 번 만져봤던 7번 아이언 하나만 들고 정신없이 골프장을 뛰어다녔다. 7번 아이언은 입문자가 처음 잡는 골프채. 7번 아이언만 휘두르며 전반 9홀을 마쳤다. 그제야 골프장의 확 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김 상무는 “새로운 세상, 가득 찬 녹색이 스트레스를 모두 가져갔다”면서 “후반 9홀을 행복하게 보냈다”고 말했다. 동반자는 “18번 홀까지 웃는 얼굴로 운동하는 걸 보니 나중에 뭘 하든 다 잘하겠다”고 그를 칭찬했고, 이에 힘을 얻은 김 상무는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클럽을 샀다.

골프를 하겠다니까 김 상무의 선배가 ‘초반 3년 스코어가 평생을 간다’는 조언을 건넸다. 그래서 열심히 연습했다. 매일 아침 회사 출근에 앞서 골프연습장에 들렀다. 입문 1년 6개월 만에 90타의 벽을 깼고, 다시 1년이 더 지나 싱글골퍼가 됐다. 요즘엔 최소 주중 1회, 주말 1회는 골프모임에 나간다. 고교 동창, 대학 동기 모임은 기본. 2018년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한 뒤엔 100여 명 규모의 골프동호회까지 조직했다. 김 상무는 “골프모임은 이해관계에 대한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골프를 즐기며 친목을 다질 수 있다”고 자랑했다.

김 상무에게 골프는 주요 업무 중 하나. 은행과 증권사, 운용사 등에 부동산금융 및 기업금융 자문을 하는 게 그의 업무인데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골프장 매각과 관련한 재무 자문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매물로 나온 골프장의 재정 건전성을 분석하고, 현재와 미래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충북 진천의 골프존카운티 화랑과 충북 제천의 킹즈락CC 등의 매각 과정에 김 상무가 참여했다.

그는 ‘골프는 파를 위한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모험을 선호하지 않는다. 무리하게 버디를 노리는 대신 안전하게 파를 지킨다. 키 180㎝, 몸무게 74㎏인 김 상무는 공을 멀리 보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자신의 몸과 코스에 맞춰 목표 거리를 정한다. 130∼140m 떨어진 곳에서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공을 보내는 7번 아이언이 가장 자신 있는 무기. 그래서 지난 10년간 이글을 6차례나 낚았다. 지난달에도 포천힐스CC 파5인 첫 홀에서 이글을 챙겼다.

김 상무의 개인 최고 성적은 75타. 지난 주말에는 경기 이천의 실크밸리CC에서 78타를 적었다. 버디는 1개였지만, 파를 10차례 잡아 동반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는 “하지만 아직 홀인원 경험이 없다”면서 “홀인원과 이븐파, 사이클 버디(파3·파4·파5홀 연속 버디)는 꼭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골프교육기관으로 평가받는 미국 샌디에이고 골프아카데미에서 교육받고, 골프교육과 관련한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골프를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골프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오랫동안 꾸준히 골프를 즐기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언젠가는 이룰 새로운 사업 모델도 찾겠다”고 말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