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수연 서울대공원장이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 앞에 조성된 ‘해바라기 팝업가든’에서 앞으로의 운영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시민편의 중심 공원’ 변신 주도 이수연 서울대공원장

지하철역 출구~대공원 입구
470m 길에‘해바라기 가든’

인공시설·생태자원 단절돼
잘 융합땐 브랜드가치 커져

취임뒤 사육사·박제사 늘려
노후시설 개선 예산도 확보

조만간 최신 곤돌라 등 도입
대공원 재구조화 사업 추진

서울대공원은 이름에 걸맞게 동물원·식물원·테마파크 ‘서울랜드’ 등을 합쳐 총면적만 913만2000㎡에 달하는 큰 공원이다. 서울시가 운영·관리하고 있지만 경기 과천시 막계동에 있다. 일제강점기 창경궁 내에 세워진 동·식물원 이전을 추진하던 1972년 당시 문화공보부가 현 부지를 후보지로 답사한 후 1977년 서울시가 최종적으로 확정하면서 ‘종합공원’ 조성 공사가 진행됐다.

공사를 마치고 1984년 5월 개원한 이래 40년 가까이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차량과 인파로 혼잡한 도심을 벗어나 넓고 조용한 곳에서 동식물을 만나며 산책할 수 있는 서울대공원으로 시민들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지난 12일 집무실에서 만난 이수연(53) 서울대공원장은 대공원의 ‘당연한 매력’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는 공무원이다. 올해 1월 취임한 이 원장은 ‘관리 중심의 대공원’을 ‘시민 이용 편의 중심의 대공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부터 대공원 입구에 이르는 470m 길이의 삭막한 콘크리트길에 ‘해바라기 팝업가든’이 지난 7월 조성된 것도 그의 소신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 원장은 행정 공무원이면서 산림자원 분야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어떻게 산림자원 분야에 정통한 행정 공무원이 됐습니까.

“서울대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들어가 목재 무역 업무를 맡았습니다. 철도 공무원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입사 2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는데, 전공을 살려 기술고시 임업 분야에 응시해서 1차엔 합격했지만 소수 직렬이어서 선발 인원이 적어 2차에 응시하려면 3년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시간을 허송하고 싶지 않아 행정고시로 직렬을 바꿔 1년 10개월 만에 지방고시 1회에 합격했습니다. 목재 수출입을 해봤고 기술고시 임업직 1차에도 합격했으니 전문성은 인정받은 셈이죠.”

―서울대공원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삭막한 시내로 출퇴근할 때보다 심리적으로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서울대공원엔 동물원, 식물원, 미술관, 테마파크, 저수지에 야구장까지 다양한 시설이 모여 있는데 개인적으로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땐 저수지 주변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대공원의 가장 큰 장점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시설과 자연생태 자원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시설별로 단절돼 있어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잘 융합되면 앞으로 브랜드 가치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공원’ 하면 많은 사람이 학창 시절 소풍을 갔거나 가족 나들이를 위해 한 번쯤 찾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 옛 추억에서 빠지지 않는 동물원과 식물원의 정확한 규모와 현황에 대해 이 원장에게 물었고, 그는 막힘없이 답을 이어갔다.

“동물원엔 포유류, 조류, 파충류 등 총 255종 2440수의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로랜드고릴라, 샤망(긴팔원숭이 중에서 가장 큰 유인원), 피그미하마, 화식조, 콘돌, 큰개미핥개, 저어새를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중 로랜드고릴라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데, 현재 한 쌍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호주 열대림에서 서식하는 화식조도 국내에선 서울대공원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식물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식충식물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파리지옥, 끈끈이주걱, 사라세니아 등 380종 1만여 본의 다양한 식충식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취임 6개월 만에 고객만족도를 기록적으로 끌어올려 화제가 됐다. 대공원 관람객 560명이 참여한 올해 상반기 고객만족도 평가 결과 종합점수 78.27점을 받아, 지난해(75.34점)보다 2.93점 증가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서울대공원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유학하면서 ‘문화 시설물 경영 개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방문지는 캐나다 밴쿠버 빅토리아에 있는 ‘부차트 가든(The Butchart Gardens)’입니다. 부차트 가든에서 봤던 사례를 서울대공원에도 적용하려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부차트 가든은 원래 석회석 채석장이었는데 황폐했던 곳이 세계적으로도 이름난 정원이자 꽃의 숲으로 바뀌었습니다. 꽃이 거대하게 숲을 이루며 볼거리가 되고 있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20만㎡ 조금 넘는 면적의 부차트 가든은 매년 5월부터 9월 사이에 화려한 불꽃놀이를 비롯해 뮤지컬과 인형극 등 흥미로운 행사도 펼치는 문화의 장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서울대공원을 볼 것 많은 부차트 가든처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겁니다.”

서울대공원은 현재 서울시의 한 사업소로 분류돼 있다. 게다가 서울 중구의 시청사로부터 남쪽으로 20㎞나 떨어져 있다 보니 인력·예산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직원들은 전보되는 것을 꺼리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원장은 이런 한계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현재 확보된 예산으로 대공원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데엔 문제가 없습니까.

“노후한 시설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면 예산 확보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올해 기준 222억 원의 예산으로는 913만2000㎡에 달하는 대공원 부지와 다양한 시설물을 유지·관리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시청 예산과와 직접 협의하고 시의회에도 곤란한 점을 적극적으로 호소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추가경정예산에서 최근 10년치 중 두 번째로 많은 65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88% 정도 증가한 규모로 편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공원엔 행정직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어 그만큼 기관장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한 어려움은 없습니까.

“대공원엔 공무원 184명과 공무직 209명이 근무 중입니다. 취임 이후 직원들의 대우 등에 문제를 느꼈습니다. 시청 조직담당관을 찾아가 토목직과 사육사, 박제사 등의 정원을 늘렸습니다. 특히 동물원 운영 필수 인력인 사육사와 박제사는 하위직에서 승진이 가능하도록 상위직 정원을 확보했습니다. 주요 사안들이 발생할 경우 공무직을 포함한 노조 대표들과 직접 현장에서 의견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공원에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대공원 재구조화를 착실히 추진해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종합생태문화공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 목표로 나아가는 첫발이 ‘꽃의 숲(Flower Forest) 프로젝트’입니다. 대공원 내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서 다채롭고 흥미로운 정원을 조성, 시기마다 색과 모습을 바꾸며 달라지는 꽃의 숲을 방문객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스마트 주차장과 최신형 곤돌라도 도입해 더욱 편리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올 하반기에 서울대공원만의 비전을 담은 ‘서울대공원 관리 및 운영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독자적인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기관의 목표와 역할이 명확해져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