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동빈(오른쪽)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6월 대구 롯데케미칼의 수처리 공장을 방문해 친환경 핵심 사업인 수처리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하반기 임원 VCM서 강조

“실적 소홀히 하는 것은 경계
ESG요소서 신사업 발굴해야”

김만용 기자

롯데그룹이 전 그룹 차원에서 친환경을 경영의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엔 신동빈 회장이 있다.

신 회장은 최근 주요 화학 계열사를 연이어 돌아보며 친환경과 기업의 핵심 기술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각 계열사 대표이사 및 기획 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도 신 회장은 회의 내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방점을 찍은 주문을 계속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ESG 경영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는 활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크게 3가지를 강조했다. △보여주기식 ESG 경영은 지양할 것 △모든 의사결정에 ESG 요소가 적용될 수 있도록 CEO부터 전 임직원까지 인식을 바꿀 것 △사별로 방향성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할 것 등이다.

하지만 그룹 회장으로서 과도한 쏠림이나 비현실적인 ESG 경영은 경계하는 태도도 보였다. 그는 “ESG 경영은 재무적 건전성의 기초 위에 구축돼야 한다”며 “실적을 소홀히 하는 것은 ESG 경영의 기본적인 개념을 오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화학계열사들의 친환경 기술은 상품성이 높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신 회장은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단지 내 롯데케미칼의 수처리 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점검했다. 2018년 5월 완공된 이 공장은 연 면적 5785㎡ 크기로, 연간 55만㎡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수처리용 멤브레인(Membrane) 공장이다. 수처리용 멤브레인은 수중의 오염물질을 여과해 양질의 물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수질 기준 강화에 대응하고, 물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정수, 하·폐수 및 재이용 처리에 주로 적용되는 수처리 핵심기술이다.

수처리 기술은 민·관에서 모두 필요로 하는 친환경 핵심사업이다. 롯데케미칼은 2011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수처리 분리막 기술을 선정하고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2015년 2월에는 삼성SDI의 수처리 사업 기술을 인수해 사업진출을 본격화했다. 이후 꾸준한 R&D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멤브레인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독자적인 수처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에 기여함으로써 차별화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은 이에 앞선 5월 15일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을 찾았다. 국내 유일의 식·의약용 셀룰로오스 유도체 생산공장으로, 최근 증설 작업을 완료하고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 셀룰로오스 유도체는 식물성 펄프를 원료로 한 화학소재다.

특히 셀룰로오스 유도체 제품인 ‘애니코트’와 ‘애니애디’를 생산하고 있다. 애니코트는 식물성 의약 코팅 및 캡슐 원료로 쓰인다. 애니애디는 대체육이 육류 고유의 식감을 내는 데 필수적인 첨가제다.

신 회장은 당시 “고부가 스페셜티 및 배터리 소재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ESG 요소에서 신규사업의 기회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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